병술년 국내 미술계는 대규모 비엔날레들의 개최 열기로 후끈 달아오를 전망이다.
‘비엔날레(biennale)’는 2년마다 한번씩 열리는 국제미술전. 올해는 국내 비엔날레 중에서 최고 연혁과 규모를 자랑하는 광주비엔날레, 부산 국제아트페스티벌을 계승한 부산비엔날레, 미디어아트 분야를 특화한 서울 국제 미디어아트 비엔날레가 공교롭게도 거의 비슷한 시기에 동시다발적으로 열린다.
우선 눈길을 끄는 것은 미디어아트 이론의 ‘살아있는 전설’ 레브 마노비치의 초청방한을 성사시킨 제4회 서울 국제 미디어아트 비엔날레(미디어시티 서울 2006)다.
마노비치는 ‘두개의 현실(Dual Realities)’이라는 주제아래 10월18~12월10일 서울시립미술관 전관 및 서울시 일대에서 펼쳐지는 이번 대회에 협력 큐레이터로 참여한다. 지난 대회 때 프랑스의 석학 장 보드리야르를 초청, 대외적으로 존재감을 크게 높이는 데 성공한 조직위원회는 이번 대회에서는 마노비치가 든든한 이론적 토대를 제공, 전시회에 중량감을 더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는 앞서 2월2일 실무회의차 방한할 예정이다.
‘두개의 현실’은 인터넷과 뉴미디어를 통한 가상의 세계가 실제 삶의 존재기반으로 떠오른 현대사회의 고민을 미디어아트의 시각에서 해석하려는 의도를 담고있다.
1995년 탄생, 3회 대회부터 짝수해로 옮겨 올해 6회째를 맞는 광주비엔날레는 9월8일부터 11월11일까지 광주시 전역에서 열린다. 올해의 주제는 ‘열풍 변주곡(Fever Variation)’. 아시아에서 시작된 열풍이 변주곡처럼 다양한 의미와 형식을 가지고 전세계로 퍼져나감을 의미한다.
전시는 크게 ‘첫 장-뿌리를 찾아서: 아시아 이야기 펼치다’ ‘마지막 장-길을 찾아서: 세계도시 다시 그리다’ ‘제 3섹터-시민프로그램’ 등 3개로 이루어진다. 2월, 10월 전시주제를 놓고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함으로써 비엔날레에 대한 안팎의 관심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3회째를 맞는 부산비엔날레는 9월16일~11월25일 부산시립미술관 해운대 해수욕장 APEC나루공원 일대에서 펼쳐진다. ‘어디서나(Everywhere)’라는 주제아래 현대미술전과 바다미술제, 부산 조각프로젝트 등 크게 3부문으로 나뉘어 개최된다. 관광도시로서의 특성과 비엔날레 기간 중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는 것을 감안, 현대미술의 주요한 이슈를 다루되 도시축제적 성격을 강조하는 것이 광주나 서울비엔날레와 차별된다.
특히 재독 독립큐레이터 류병학씨가 전시감독을 맡은 바다미술제는 올해 ‘아트 인 라이프(Art in Life)’라는 주제아래 환경미술이나 환경조각 등 공공미술의 다양한 해석을 보여주는 작품들을 유치, 생활속의 예술을 실현한다는 전략이다.
미술계 일각에서는 올해 열리는 굵직한 비엔날레들이 최근 관심을 끌고있는 ‘아시아주의’에 대한 다양한 검토와 해석을 이끌어내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광주비엔날레의 ‘열풍 변주곡’이 기본적으로 광주, 한국, 아시아, 세계를 연결하는 미학적, 개념적 기제로 ‘아시아 정신’을 강조하는 것은 대표적 사례. 미디어시티 서울은 동양의 문화와 철학으로부터 미디어아트의 새로운 관점을 펼쳐보인다는 야심찬 계획도 내놓고 있다.
미디어시티 전시총감독 이원일씨는 “베이징 올림픽과 중국경제의 성장 등으로 세계 미술계에서 중국 현대미술이 급부상하고 아시아적 가치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면서 “이번 비엔날레가 그 동안 논의만 무성했던 ‘아시아주의’, ‘아시아주의적 작업’에 대한 실천적 방법론을 산출해내는 토대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성희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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