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의 마지막 날과 새해 첫날은 같은 해가 떠올라도 우리 마음속에 확실히 다른 무엇이 있다. 어린 시절, 새해 첫날이면 우리 형제들은 아침 일찍 일어나 뒷동산에 올라가 멀리 바다 위로 떠오르는 새해의 첫해를 바라보았다.
산길을 오르는 동안 바람이 불고, 턱이 덜덜 떨려도 어제와는 또 다른 새해 아침의 각오를 바다 위에 붉게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우리 가슴에 새기는 것이다. 온 바다와 천지를 붉게 물들이며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노라면 어린 마음에도 자연에 대한 경외감이 저절로 든다.
그때는 ‘경외감’이라는 말을 모를 때였는데, 고등학교 시절 ‘경외감’이라는 말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 내가 떠올린 자연의 경외감이 바로 어린 시절 어느 새해 아침 형제들과 함께 뒷동산에 올라가 바라본 일출 풍경이었다.
지금은 새해 아침, 도시에 사는 사람들도 일부러 일출 풍경을 보러 가지만 그때는 그런 것도 없던 시절이었다. 뒷동산에 올라가 저 멀리 바다에서 떠오르는 붉은 해를 가슴에 담던 어린 형제들 모두 이제는 오십 전후의 중년이 되었다. 그 세월 속에 변함없이 해가 떠오르고, 다시 새해가 밝았다. 부디 올 한해, 모두 저 태양처럼 빛나시라.
이순원(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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