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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신년특집/ 탄생의 순간에서 가족을 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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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신년특집/ 탄생의 순간에서 가족을 생각하다

입력
2006.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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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머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순간 남편은 아내의 손을 꽉 쥔다. 그리고 흥분을 참을 수 없는지 떨리는 손으로 연신 힘든 아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2005년 12월 14일 오후 12시 57분. 서울 성균관의대제일병원(구 삼성제일병원) 분만실에서 이인성(32), 안선배(31)씨의 첫 아이는 이렇게 태어났다.

탯줄을 자른 후 간호원으로부터 아기가 정상이며 건강하다는 말을 듣자 비로소 부부의 입가에는 엷은 미소가 감돌았다. 작디 작은 아기는 자신이 세상에 태어났다는 사실을 만천하에 공표하는 듯 우렁차게도 운다. 10개월 동안 품었던 아기와 첫 대면을 하는 순간 엄마는 모든 것을 보상받았다는 얼굴로 편안히 아기를 안아 본다. 엄마의 품에서 내민 고사리보다 작은 손을 아빠는 조심스레 잡아본다. 3인 가족이 탄생한 순간이다.

교통사고율 1위, 인구밀도 1위, 독주 소비율 1위에 이어 합계출산율 1.16명으로 최저 출산율 1위라는 명예까지 얻은 대한민국에서 이제 새 생명의 탄생은 국가 차원에서 보호하고 장려해야 할 대사로 바뀌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04년 총 출생아 수는 47만 6,052명으로 전년보다 1만 7,419명이 줄었다. 1970년부터 통계를 내기 시작한 이후 최저 수준이다.

가임여성 1명당 출생아 수는 전년 대비 0.03명 감소한 1.16명이다. 2.04명인 미국이나 1.89명인 프랑스 등 선진국보다 낮은 세계 최저 수준이다. 아이를 낳는 여성들의 평균 연령도 30.1세로 10년 전(27.6세)보다 2.5세나 높아졌다. 2050년의 한국 인구는 현재(2005년 7월 기준)의 4,829만명보다 590만명 준 4,234만명이 될 것이라고 통계청은 추산했다. 출산율이 저하되면 경제활동인구 감소로 경제활력이 줄고 국민연금 고갈 위험이 커지는 등 문제가 많다는 건 모두 아는 사실이다.

심각한 문제는 경제적인 면을 들어 출산을 꺼리는 신세대 부부의 사고와 둘째를 낳는 일을 마치 구국의 결단처럼 엄청난 일로 생각하는 부부들이 많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불임으로 아기를 갖지 못하다 작년에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딸 유정이를 입양한 채덕식(41), 최은하(32)씨 부부는 경제적 능력이 육아의 전부는 아니라고 말한다. 이들은 육아로 얻는 행복은 경제적인 조건과 비교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고 말한다. 아기를 갖고 싶어도 갖지 못하는 부부들에게 출산과 육아는 그 어떤 것보다 값진 선물이요, 기쁨이다. 출산을 기피하는 요즘 젊은이들에 대해 묻자 최씨는 “현대사회에서 핵가족으로 살다 보니 대가족에서 배우고 느끼는 가족의 행복을 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물론 세상은 변했다. 아이가 재산이고 살림 밑천이고 노동력이었던 시대, 그리고 여성이 희생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던 시대는 더 이상 아니다. 젊은이의 이기주의를 비난하기보다 달라진 사고방식에 맞추어 이에 적합한 정부정책과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 어디 가족만큼 귀하고 조건이 없는 결속이 있으랴. 그래서 탄생은 위대하고 가족은 아름답다.

출산을 장려하는 사회, 둘째 갖기가 자연스러운 사회, 가족이 모든 가치의 우위에 있는 사회, 2006년 새해는 이런 사회가 되기를 기원해 본다.

조영호 기자 vold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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