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언론의 톱뉴스를 장식하고 있는 ‘줄기세포’ 논란이 막바지를 향해 치닫고 있는 느낌이다. 서울대 조사위원회의 발표로 ‘사실’ 부분은 거의 다 밝혀진 것 같고, 그 다음에 검찰이 할 일은 오히려 ‘진실’을 밝혀내는 쪽일 것이다.
이번 혼란을 관심 있게 지켜본 사람들은 웬만한 과학자 뺨칠 정도로 이 분야의 지식을 얻게 되었다. 김수환 추기경의 말처럼 “세계인들 앞에서 고개를 들 수 없는 부끄러운 일”일지 모르나, 전문가가 아닌 외국인들과 논쟁이나 토론을 하게 된다면 꿀릴 것이 별로 없게 되었고, 과학과 기술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음이 분명하다.
나는 처음부터 이 사태를 지켜보면서 ‘국가 브랜드’ 차원에서 계속 생각해왔다. 대다수가 우려하는 것처럼 한국이 국제 사회에서 망신을 당하고, 지금껏 힘들여 쌓은 이미지가 하루아침에 추락하게 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에서 반도체, 인터넷, 휴대전화 등의 분야에서 치열한 선두 다툼을 하고 있다. 생명공학이 중요한 분야임은 틀림없지만 줄기세포 연구는 극히 일부분일 뿐이다. 비슷한 영역인 성체 줄기세포와 제대혈 연구에서도 상당히 앞서 있다.
다시 말해 ‘황우석 쇼크’로 인해 한국이 무조건 세계인들에게 고개를 숙여야만 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잘못된 부분은 고치면서 더욱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만 하면 된다.
현재 우리나라의 국가 슬로건은 ‘다이내믹 코리아’이다. 세계 어느 나라도 이 같은 슬로건을 내걸기 쉽지 않다. 실제가 별로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황우석 교수를 옹호하지도 않고, ‘죽일 놈’으로도 생각하지 않는다.
정작 잘못이 더 큰 사람들은 청와대와 정책 담당자들, 황 교수를 기업 홍보수단으로 보았던 사람들, 후원회까지 만들면서 정작 제대로 된 후원 한 번 하지 않았던 정치인들, 그리고 상당수의 언론인이다.
황 교수 옆에 있었던 이들은 지금 발 빼기에 바쁘다. MBC 내부의 어떤 사람들은 의기양양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PD수첩이 제보를 받아들이지 않았더라도, ‘최초의 제보자’는 다른 언론을 물색했을 것이다.
정작 이번 사태의 피해자는 대다수 선량한 국민이다. 누가 나서서 국민의 가슴에 깊은 상처를 준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할 것인가. 눈을 똑바로 뜨고 지켜볼 일이다.
박인성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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