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극장가는 풍성하다. 예년에 비해 작품성이나 오락성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작품들이 많다. 영화관계자 들은 피를 말릴 상황이지만 관객 들은 즐겁다. 새해 극장가를 장식하는 작품 들을 테마별로 정리했다.
가족과 함께
자녀들이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작품을 권한다. 컴퓨터 그래픽으로 공을 들여 만들어낸 ‘나니아 연대기: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과 ‘해리 포터와 불의 잔’은 동화 속에서나 만날 수 있었던 다양한 캐릭터가 눈을 사로잡는다. 두 작품은 악에 맞서 싸우는 어린이들의 모험과정을 담고 있어 가족영화로는 제격이다.
연인의 사랑이 새록새록
미녀에 대한 야수의 애틋한 연정을 담고 있는 ‘킹콩’이 단연 눈에 띈다. 석양과 일출을 바라보며 감상에 빠지고 사랑을 지키기 위해 빌딩 꼭대기에서 사투를 벌이는 ‘킹콩’의 모습이 관객들의 가슴을 파고 든다. ‘첨밀밀’의 천커신 감독이 연출한 ‘퍼햅스 러브’(5일 개봉)도 주목할 작품. 홍콩 영화로는 드물게 뮤지컬 형식을 도입해 세 남녀의 사랑의 엇갈림을 그린 작품으로 탄탄한 완성도를 자랑한다.
외화 뿐만 아니라 국내 영화들도 연인들의 마음을 촉촉이 적신다. 일제시대 여비행사 박경원의 삶을 다룬 ‘청연’은 죽음으로 사랑을 지켜낸 두 남녀의 이야기가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위버 섹슈얼’의 대명사로 자리 잡은 김주혁의 매력을 다시 한번 확인 할 수 있다. 배꼽을 자극하며 신세대의 사랑법을 묘사한 ‘작업의 정석’은 가벼운 마음으로 즐길 수 있는 연인 영화다.
작가주의에의 동참
오락성은 다소 떨어지지만 뛰어난 완성도로 승부하는 작품도 많다. ‘황산벌’로 주목을 받은 이준익 감독의 ‘왕의 남자’는 ‘문제적 인간’ 연산군과 광대의 팽팽한 대립이 만들어 내는 극적 긴장감이 호평을 받고 있다. 상영관을 늘리며 조용히 흥행몰이를 하고 있는 짐 자무시 감독의 ‘브로큰 플라워’는 작가주의 영화의 백미다. 과거를 찾아 여정에 나선 한 남자의 무뚝뚝한 얼굴을 통해 인생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작품이다.
서울 신문로 씨네큐브에서 열리고 있는 ‘프렌치 뉴웨이브의 매혹’도 시네필 들에게는 놓칠 수 없는 행사다. 프랑스 누벨바그를 이끈 알렝 레네의 ‘내 미국 삼촌’, 장 뤽 고다르의 ‘비브리사비’, 프랑수아 트뤼포의 ‘쥘앤짐’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다.
호쾌한 액션과 의리
남자들의 우정과 의리, 그리고 호쾌한 액션을 원하는 관객은 ‘태풍’과 ‘싸움의 기술’(5일 개봉)을 볼만하다. 순 제작비 150억원을 쏟아 부은 ‘태풍’은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현주소를 확인할 수 있는 작품. 한류의 대표적 스타로 자리잡은 장동건의 남성미와 카리스마가 매력을 발산한다. 중년 남자와 고등학생의 우정을 담아낸 ‘싸움의 기술’도 눈길을 끈다. 급우들에게 맞기만 하는 고등학생이 싸움의 고수로부터 정글과도 같은 세상의 이치를 배워가는 성장기를 따스하게 그려내고 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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