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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제2의 황우석을 막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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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제2의 황우석을 막으려면

입력
2005.12.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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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교수의 사이언스 논문 조작 사건은 우리에게 커다란 실망과 충격을 주었다. 진실과 정직을 절대 원칙으로 하는 학문 연구에서 논문 조작이라는 엄청난 과오를 범한 그는 당연히 교수직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이 문제에 대한 과학적 해법을 넘어선 사회적 처방은 아직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있지 않다. 황우석 연구팀은 왜 논문을 조작하였으며 그러한 황당한 논문 조작 사건이 주는 교훈은 무엇인가?

황우석 사건은 복잡하다. 2005년 사이언스 논문 조작이 확인된 것을 제외하고, 그의 연구를 둘러싼 진실게임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하지만 문제의 골자를 추려보면 상황은 의외로 간단하다. 기초과학 분야를 전공하는 어느 대학교수의 실험실에서 벌어진 연구 결과의 진위논쟁에서 비롯된 사회적 파장일 뿐이다.

황우석 박사는 자신의 순수 연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데 발군의 재주를 발휘하였다. 아직 가설 검증 단계인 줄기세포 연구가 입에서 입을 거치면서 난치병 치료에 특효약인양 둔갑이 되었다.

●열악한 기초과학 연구환경

황 박사는 무엇 때문에 그렇게까지 연구 외적인 것에 집착하였을까? 이 문제에 대한 일차적인 해답은 우리나라 대학의 연구 구조에서 찾을 수 있다. 어느 분야이건 대학에서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재정적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런데 순수 학문 분야에서 우리나라 대학이 사용하는 연구비는 선진국에 비해 참혹하게 낮은 수준이다.

이러한 연구비 부족을 타개하는 방법은 두 가지인데, 산업자본을 끌어들이거나 아니면 해당 연구가 사회적으로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시켜 국가의 지원을 받는 것이다. 산학협동의 경우 관련 산업에 경제적 이득을 줄 수 있는 연구 결과를 신속히 창출해야 하고, 국가의 지원을 받은 경우에도 일정 기간 내에 구체적인 연구 결과를 보여주어야 한다.

문제는 순수 학문의 특성상 가시적 연구 결과가 이른 시간에 나오지 않는 데 있다. 정해진 기간 내에 기대하던 연구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연구비는 바로 다른 분야의 연구팀으로 가게 되고 그간 연구에 몰두하던 연구원들은 생계의 위협을 받는 상황까지 될 수 있다. 황 박사 팀도 비슷한 상황이었으리라는 것이 어렵지 않게 짐작된다.

그가 처음 줄기세포 연구를 시작할 때 그의 연구에 적극적인 지원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줄기세포 연구가 탄력을 받기 시작하면서 증폭되는 국내외의 성원과 함께 수백억 원의 연구비를 지원받게 되었다.

황 박사는 연구비를 계속 지원받기 위한 방안으로 진일보한 연구 결과를 빨리 창출하는데 고심했을 것이며 학자로서 최소한의 윤리도 무시한 채 아직 완성되지도 않은 논문을 조작하여 발표한 것이라고 보인다.

이번 사건은 황우석 개인을 비난하는 것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 대학에서 수행하는 연구의 사회적 가치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 이러한 사건은 재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황우석 사건을 통하여 우리 사회의 합의구조가 너무 단기적 결과주의와 경쟁제일주의에 경도되어 있지 않은지 반성해볼 필요가 있다. 특히 대학의 순수 연구는 일정기간에 드러난 정량적 결과로만 판단해서는 결코 안 된다.

●단기적 결과주의 풍토도 문제

근본적인 문제에 대하여 진지하고 순수한 열정을 바탕으로 접근하는 학자들을 불신하고 오직 양적 평가에 의해서만 연구 결과를 재단하는 풍토가 불식되지 않는 한, 우리 사회는 제2의 황우석 망령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우리에게 익숙한 많은 자연과학적 발견과 사상적 성과는 한평생을 묵묵히 연구에 몰두한 학자들의 열정과 그러한 열정에 대한 신뢰를 접지 않고 기다려준 그 시대 사람들의 합작품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그것이 황우석 사건의 상처를 벗어나는 지름길이다.

이용중 동국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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