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벽두부터 반상이 후끈하다. 지난 해 끝을 내지 못하고 새해로 이월된 굵직한 기전의 마무리 대국들이 1월에 몰려있다. 최종 결선이라는 긴장감은 물론 대부분 양보할 수 없는 라이벌 대결이어서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모든 대국의 중심에 이창호 9단, 루이나이웨이 9단 등 명실상부 한국기원을 대표하는 남ㆍ녀 기사가 버티고 있어 더욱 흥미롭다.
국제기전인 삼성화재배세계바둑오픈의 결승 3번기가 10일부터 열린다. 이창호 9단과 중국 뤄시허 9단의 대결이다. 역대 전적은 이 9단이 4전 전승으로 절대적인 우위.
최근 국제기전에서 약한 모습을 보였던 이 9단으로서는 새해를 맞아 새 모습을 보일 기회이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 준결승 최종국에서 러 9단은 대마를 잃고도 7집 반 차이로 최철한 9단을 누르는 신기에 가까운 실력을 발휘했다. 러 9단이 상승세를 타고 있는데다가 특히 속기에 강한 그의 흐름에 말릴 경우 이 9단은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8일부터 열리는 제1회 원익배 십단전 결승 3번기는 바둑팬들이 목을 빼고 기다리는 대국. 이창호 9단과 박영훈 9단이 결승에 올라있다. 2004년까지는 이 9단이 단연 우세했지만 지난해부터 전세가 역전돼 박 9단이 계속 승리하고 있는 상황. 아무도 못 말리는 박 9단의 상승세를 이 9단이 저지할 수 있을 것인지, 박 9단이 승리해 한국 바둑계의 정상을 향해 큰 걸음을 이어갈지 관심이 모아진다.
원익배의 승자는 일본 십단전의 우승자와 2월 16일 단판승부 대국을 펼친다. 일본 10단전 우승자는 조치훈 9단. 이창호 대 조치훈, 박영훈 대 조치훈, 두 대국 모두 기대를 걸만하다.
국수전 준결승, 결승이 1월에 모두 치러진다. 이창호 9단과 이세돌 9단의 준결승 2국이 3일 열리는데 이창호 9단이 먼저 1승을 챙긴 상황. 이세돌 9단을 한번 더 누르고 결승에 진출하면 25일 최철한 9단과 만난다.
지난 해 이 9단을 난타한 최철한 9단이 얻은 별명은 ‘이창호 킬러’. 이 9단으로서는 그 치욕적인 별명을 없애기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일 것이고, 최 9단은 이 9단이라는 장벽을 완전히 넘으려 할 것이다. 불꽃 튀는 대국은 불을 보듯 뻔하다.
제7회 여류명인전 결승전이 7일부터 시작된다. 한국기원소속의 중국기사 루이나이웨이 9단과 조혜연 5단이 대결을 벌린다. 3~4년 전만해도 한국의 여류 타이틀을 독식했던 루이 9단은 최근 조혜연 5단에게 계속 밀리는 상황. 여류명인전 마저 잃을 경우 무관으로 전락하고 만다. 벼랑 끝에 선 루이 9단의 파이팅 넘치는 대국이 기대된다.
한ㆍ중ㆍ일 여류 단체전인 정관장배 11국이 16일부터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다. 각국에서 5명의 기사가 출전해 연승전으로 펼쳐지는 대회이다.
10국을 끝낸 현재 중국은 루이나이웨이 9단을 포함해 3명, 한국 1명, 일본 1명만이 남아있다. 10국에서 승리한 루이 9단이 계속 대국을 펼칠 예정이어서 중국의 2연패가 점쳐지고 있다.
권오현기자 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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