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병술(丙戌)년은 우리에게 맡겨라,’ 토리노 동계월드컵, 월드베이스볼클래식, 독일 월드컵, 도하 아시안 게임 등 굵직한 국제 스포츠 행사가 즐비한 올해 10대 스포츠 스타들에 거는 기대가 남다르다. 세계 정상을 자임하는 앙팡 테리블(무서운 아이ㆍenfant terrible) 5인의 훈련현장을 찾아 새해 각오를 들어본다.
"꿈이요! 올림픽 금메달 따는 것 말고는 지금 아무 계획도 없어요."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2월10일~26일)을 앞두고 마지막 담금질에 여념이 없는 한국 여자쇼트트랙의 진선유(17ㆍ광문고2). "올림픽만 생각하면 잠이 안 온다"는 동료들도 있지만 진선유는 타고난 승부사인 듯 태연하기만 하다.
긴장되지 않냐는 질문에 "토리노에 가게 되면 모를까, 올림픽이 다가온다고 딱히 떨리지는 않아요. 원래 긴장 하는 스타일도 아니고…" 라는 답변이 돌아온다.
진선유는 남자부의 안현수와 함께 한국의 메달 밭인 쇼트트랙에서 금빛 낭보를 전해줄 '0순위 후보'로 꼽힌다. 앳된 얼굴의 여고생이지만 진선유가 국내 쇼트트랙의 대표주자로 떠오른 것은 지난해부터.
그냥 꾸준하고 묵묵히 훈련만 열심히 하던 기대주였던 그는 지난 시즌 월드컵 4개 대회에서 호성적을 낸 데 힘입어 월드컵 토탈 랭킹 2위를 차지했고 이어 올초 열린 세계선수권에서 종합우승까지 거머쥐었다. 올해 월드컵 3차대회에서도 5관왕을 달성하며 세계랭킹 1위에 등극했다.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하루 종일 스케이팅과 지상 훈련으로 짜여진 강훈 일정을 소화하는 진선유의 표정은 전혀 힘들어 보이지 않는다. 진선유의 체력은 태릉선수촌에서도 알아 준다.
송재근 코치는 "훈련할 때 보면 거의 남자로 봐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한다. 남자 선수들이 힘이 딸려 나가 떨어질 때에도 진선유는 끄떡없이 그대로 소화해 낸다. 진선유는 "전 아무거나 다 잘 먹거든요"라며 이른바 '밥심'을 체력의 원천으로 꼽는다.
지구력이 좋은 진선유의 주법은 '내치고 달리기'이다. 웬만하면 선두에 나서고 한번 차지한 선두 자리는 좀체 추격을 허용치 않는다. 굳히기에 능한 진선유이지만 그래도 쇼트트랙의 가장 큰 묘미는 막판 대역전극이라고 말한다. 그는 "뒤에서 달리다가 추월해 따라잡는 스릴이 너무 좋다"고 강조한다.
"인터뷰는 많이 하는데…말을 제가 나서서 잘 못하겠어요." 아직도 수줍기만한 여고생 진선유는 동료들 사이에서는 명랑활달하다. '세계적인 스타인데 팬이 많느냐'는 질문에는 "인기를 못느껴요"라며 웃기만 한다.
그 나이 또래로는 드물게 싸이월드에 개인홈페이지도 장만하지 않은 그는 "잠깐 관심을 끄는 종목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번 올림픽을 잘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박원식기자 par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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