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한 일간지의 인터넷판 뉴스에 국가인권위원회가 방송 3사를 대상으로 청각장애인의 방송 시청권을 제대로 보호하고 있는지에 대한 직권 조사를 하겠다는 기사가 실린 적이 있다. 비록 오보로 밝혀지기는 했지만 청각장애인의 방송 접근권은 아직도 초보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 사실이다.
디지털 방송, 데이터 방송,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실시 등 방송 환경이 급변하고 있어 청각장애인들의 방송 접근권 문제에 대한 논의는 어느 때보다 시급한 실정이다. 그러나 논의는 고사하고 실시된 지 7년째를 맞고 있는 자막방송의 경우 운영 주체와 계획 등이 명확하게 정립이 안 된 상태에서 어쩔 수 없이 지원하는 서비스의 하나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을 뿐이다.
한국농아인협회는 얼마 전 청각장애인 150명을 대상으로 현재 방송접근 서비스 만족도에 대해 설문조사를 했다. 조사에 따르면 자막방송에 ‘만족한다’는 응답이 29.3%인 반면 ‘불만족’이란 답변은 26%, ‘보통’이라는 응답자는 44%로 조사됐다.
그러나 자막방송은 선택적인 서비스이기 때문에 청각장애인에게 매우 반가운 서비스임에도 ‘보통’이라고 답한 것은 현재 자막방송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장애인이 그만큼 많다는 증거이다.
올해 자막방송 서비스 비율은 28%로 처음 시작한 1999년 11.3%에 비하면 크게 확대됐다. 또 방송사들이 자율적으로 서비스 확대 계획을 밝힌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드라마, 교양, 보도에 집중된 편성으로 음악, 퀴즈, 스포츠 등의 자막방송은 실시하지 않아 수요자의 욕구를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오픈자막이 일부 나오기 때문에 자막방송을 굳이 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있지만 전체 진행 내용을 파악하려면 자막방송은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 국회에는 장애인의 방송 접근권을 강화하기 위한 방송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이다. 발의안에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방송사업자의 방송 시청 지원 의무, 자막과 수화 통역의 송출 등을 의무화하고 있다. 방송 접근권은 청각장애인의 기본권 차원에 해당하는 사안이기 때문에 방송법은 반드시 개정되어야 한다.
또 ‘자막송출 중단 사태’와 같이 특정업체에 의해 독점된 자막방송 시장의 폐단을 막기 위한 ‘방송지원센터’의 설립이 필요하다. 더는 자막방송의 양적 확대만이 능사가 아니다. 양질의 서비스 구현을 위한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
변승일 한국농아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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