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예금보험공사, 자산관리공사가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이후 기업 회생에 쏟아 부은 공적자금 156조여원 가운데 지금까지 회수된 돈은 75조여원(약45%)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 관련 수사와 회수 노력이 계속되더라도 회수 규모는 최대 60%에 그칠 것으로 보여 결국 60조여원의 국민 혈세가 허비되는 셈이다.
정부의 공적자금비리 합동단속반(반장 이명재부장검사)은 29일 4년 여의 활동을 마치고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단속 성과 2001년 12월 대검 중수부장을 본부장으로 검찰 경찰 국세청 금융감독원 등 7개 기관이 만든 단속반은 그동안 부실 기업주 등 106명을 구속하는 등 모두 290명을 사법처리했다.
‘대마불사’를 믿으며 윤리의식을 저버린 채 외형 성장에만 몰두한 다수의 기업 대표들이 구속됐다.
단속반의 전반기였던 2001~2003년에는 200명 가까운 기업인과 공무원들이 줄줄이 사법처리돼 큰 충격을 줬다.
새한그룹, ㈜대우자동차판매, 나라종금(보성그룹), 진도ㆍ해태ㆍ진로ㆍ나산그룹 등 이름난 기업이 거의 예외없이 회계장부를 조작하고 수천억원의 사기대출을 받아 계열사를 부당 지원한 사실이 드러났다. 기업주들은 수십억~수백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로비에 쓰기도 했다.
2004년과 올해에는 처벌대상 기업은 줄었지만 대주주들의 파렴치한 행각이 많이 드러났다.
지난해 5월 3,70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해 횡령한 혐의로 구속된 김성필 전 성원토건 회장은 검거 당시 서울 성북동의 70억원대 저택에 은신하며 집안에 금불상을 두는 등 호화생활을 하고 있었다.
평가와 과제 단속반은 “무엇보다 그 동안의 수사로 자칫 영원히 날려버릴 뻔했던 공적자금의 상당 부분을 되찾게 된 것에 큰 보람을 느낀다”고 밝혔다.
나랏돈을 쌈짓돈으로 여긴 기업인들이 적발된 덕택에 예금보험공사가 금융기관 임직원 등을 상대로 수조원대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할 수 있었다.
소액주주들도 기업주와 대주주 및 경영진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내 잇따라 승소했다. 아울러 끈질긴 추적 수사에 위기감을 느낀 다른 기업들의 회계 관행이 많이 깨끗해 졌다고 단속반은 자평했다.
하지만 45%에 그친 회수율이 말해 주듯 부패 기업주들이 가족 및 친인척 명의로 숨겨둔 은닉재산을 더 철저히 찾아내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단속반은 은행과 법인의 자료가 보존연한 경과로 폐기돼 수사에 어려움을 겪었고 많은 기업주가 해외로 도피해 범죄의 전모를 파헤치지 못했다고 밝혔다. 아직도 해태유통 박성배씨, 거평 나선주씨, 태창 이주영씨 등 기업주 21명이 해외에 도피 중이다.
또 기업들이 법조 인맥을 동원해 수사 노하우를 파악하고 갈수록 치밀하게 대응하며 수사를 방해하고 있는 점도 과제라고 단속반은 설명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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