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맞춤형 줄기세포 확립 기술은 결국 공허한 주장으로 드러났다. 황우석 교수가 미즈메디병원의 것으로 바꿔치기 당했다고 주장한 6개 줄기세포 외에 냉동했다가 배양 중이라는 5개 줄기세포도 모두 미즈메디 병원의 수정란 줄기세포로 밝혀졌다.
노정혜 서울대 연구처장은 29일 “황 교수팀이 환자맞춤형 줄기세포가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입증할 만한 과학적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게 서울대 조사위원회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바꿔 말하면 줄기세포 원천기술이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의미이다.
다만 황 교수팀이 어느 수준의 기술이 있는지 알기 위해선 실제 연구가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황 교수팀의 바꿔치기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황 교수팀은 복제배아를 배반포까지 배양하는 데에는 성공했다는 뜻이다.
물론 이 기술이 줄기세포 확립으로 직결된다고 볼 수는 없다. 박세필 마리아생명공학연구소 소장은 “배반포에서 내부세포덩어리를 추출한 이후 배양을 시작한 초기 세포가 죽거나 분화하는 일은 매우 흔하다”고 말했다. 배반포 배양기술은 줄기세포를 확립할 수 있는 기초단계에 불과할 뿐인 것이다.
배반포 배아를 배양하는 데 성공했는지 여부도 확신할 근거는 아직 없다. 황 교수팀이 배반포 배아에 대한 논문을 따로 낸 적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4년, 2005년 사이언스 논문에는 물론 배아 관련 데이터가 따로 없다.
다만 “배반포 배아를 보았다”는 주장이 있어 황 교수팀이 여기까지 성공했을 개연성은 남아있다. 장상식 한나산부인과 원장은 “1월 중순께 서울대 수의대 실험실에 갔을 때 1개의 배반포 배아를 현미경으로 보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려면 실험을 통한 재연이 필요하지만, 논문조작이 확연한 상황에서 줄기세포 확립도 아닌 부차적인 기술 유무를 확인하기 위해 재연이 필요한지는 의문이다.
김선종 연구원은 16일 인터뷰에서 “복제 배아는 난자를 구멍 내고 젓가락으로 눌러 짜 옆에 약간의 흠이 있기 때문에 수정란 배아와는 모양이 다르다”며 최소한 복제 배아는 만들어졌음을 확신했다. 그러나 김 연구원이 보았다는 배아가 어느 단계인지는 불확실하다.
남은 최대의 관심사는 2004년 사이언스 논문 내용인 1번 복제배아줄기세포다. SBS는 26일 황 교수팀의 검증을 의뢰받은 업체를 인용해 1번 줄기세포조차 체세포 제공자의 DNA와 일치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1번 줄기세포마저 DNA가 일치하지 않는다면 결국 황 교수의 원천 기술 보유 주장은 궁지에 몰린 순간을 회피하기 위한 의도라고밖에 해석할 수가 없다.
김희원 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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