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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떠나지만 새해희망 찾아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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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떠나지만 새해희망 찾아야죠"

입력
2005.12.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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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중심복합도시 예정지인 충남 연기ㆍ공주 수용지역 주민들에게는 올해처럼 말 그대로 다사다난했던 때가 없었다. 2004년 10월 헌법재판소의 신행정수도특별법 위헌 판결, 2005년11월 행정도시특별법 합헌 결정으로‘지옥과 천당’을 오가야 했다.

하지만 합헌 결정 이후 한국토지공사가 제시한 보상액수는 주민들의 기대와는 거리가 멀었다. 주변 땅값이 2배 이상 올라버려, 고향 주변에서 살아보겠다는 소망도 사라졌다. 하지만 그래도 주민들은 새해의 희망을 찾고 있었다.

세밑에 연기군 금남면 석삼리 마을회관에 모인 주민 20여명은 정부와 토지공사를 성토하면서도 중간중간 고향을 떠나는 불안감, 타향에서의 정착에 대한 기대 등을 화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돼지 2,300마리를 키우는 김권중(46ㆍ금남면)씨는 축사를 옮기기 위해 최근 집에서 80㎞ 떨어진 부여군 규암면에 2,000여평의 땅을 매입했다. 하지만 현지 주민들이 “냄새 나는 양돈은 절대 안된다”고 해 양돈을 포기하고 소를 키울 생각이다.

김씨는 “소 키우는 법을 몰라 걱정”이라며 “양돈 폐업보상이라도 해줘야 고향을 떠나는 서운함이 덜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면 고정리에 사는 임인수(61)씨도 부여군에 논 3,100평을 구했다. 자신처럼 이곳에 대토한 고향사람들이 몇 있다는 것을 알고 아예 부여로 이사할 생각이었지만 90세 노모 때문에 포기했다는 “아들집에 살면서 원정농사를 지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갈운리 주민 김옥태(49ㆍ여)씨는 다행히 집에서 5㎞ 떨어진 서면에 집과 축사가 달린 농지 2,600평을 이웃과 함께 구입했다. “고향 사람과 오손도손 살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그는 말했다. 공주시 장기면 당암리 윤종환(51)씨도 이웃한 의당면에 축사부지 3,000평을 마련했다. 모두들 고향에서 멀어지는 것이 싫다고 했다.

이참에 힘들기만 한 농사를 포기하는 농민도 있다. 김민수(45)씨는 보상금을 수령하면 농협대출금을 갚고 20년간 지어온 농사를 그만둘 생각이다.

김씨는 “행정도시가 건설되면 상가가 달린 집을 짓고 살 생각”이라며 “행정도시 건설현장 경비원이나 노동일을 해볼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정부와 토지공사가 현지주민 소득원 개발 및 고용촉진책을 내놓기를 바라고 있다.

기업들도 대체 부지 찾기에 동분서주하고 있다. 수용지 내 이전 대상 기업은 121개로 종업수가 1,140명에 이른다.직원 12명인 섬유회사 대표 이완수(59)씨는 “보상금이 예상의 절반 수준이라”며 “숙련공을 모두 데리고 가기 위해 가까운 곳에서 공장부지를 찾고 있지만 너무 비싸 포기해야 할 형편”이라고 말했다.

폐업설이 나도는 기업의 직원들의 심정은 갑갑하기만 하다. 금남면의 레미콘 공장에 다니는 한남수(46)씨는 “새해 선물로 회사가 폐업이 아니라 이전하겠다는 발표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기=글ㆍ사진 이준호기자 junh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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