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의 나라’ 미얀마의 수도 천도(遷都)가 실행에 옮겨지면서 그 배경을 둘러싼 관측이 무성하다.
미얀마 군사 정부는 11월 초 “국가의 균형 발전을 위해 국토의 중간 지점인 핀마나로 수도를 이전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1948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이래 수도로 기능해온 양곤을 떠나겠다는 전격적인 선언이었다.
양곤에서 북쪽으로 320㎞ 떨어진 핀나마는 2차 대전 당시 일본군 기지였던 곳으로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천혜의 요새다.
미얀마 정부는 1년 전부터 비밀리에 이 곳에 수도를 건설해왔고 현재도 10㎢ 규모로 군부 지도자의 주택, 외교타운, 의회, 공항건설을 위한 공사가 한창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9일 “내년 1월까지는 9개 정부 기관의 이전이 마무리될 것”이라고 밝혔다.
서방 소식통은 미얀마의 갑작스러운 천도는 미국의 공격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콘돌리사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폭정의 전초기지’로 꼽은 이후 미얀마 정부가 수도를 해안 상륙 공격에 취약한 양곤 대신 산악지대로 옮기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 공격설은 천도 반대 세력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명분에 불과하다는 시각도 만만찮다. 대신 미얀마 군부가 국민의 봉기 가능성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이 진짜 천도 이유라는 분석이 제시되고 있다.
강경파인 탄 쉐 장군이 1992년 쿠데타로 집권하면서 미얀마는 인권 탄압국이라는 오명을 받았다. 이로 인해 서방의 경제 제재가 장기화하면서 국민경제는 황폐화의 길로 치달았다
. 특히 군부의 부정부패가 극심해지면서 국민의 반감은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다.
군정 내부의 권력 다툼도 천도의 배경으로 꼽힌다. 쿠데타 후 총리에 올라 권력을 좌지우지해온 탄 쉐는 2003년 대통령이 되면서 온건파로 통하는 킨 윤을 총리에 앉혔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킨 총리를 전격 체포, 가택 연금하고 후임에 군부 강경파인 서 윈 중장을 임명함으로써 강경노선으로 다시 선회했다.
서방 관측통은 킨 총리가 민주화 운동 지도자 아웅산 수지 여사 석방 요구에 동조하는 움직임을 보인 것을 경질의 직접적인 이유로 보고 있다.
군정은 핀마나를 조만간 ‘양론’(분쟁으로부터의 안전)으로 개칭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양론이 ‘국민들의 분노로부터 안전한 지역’이 되기에는 미얀마 군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수지에 대한 석방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수도 천도는 미얀마를 국제사회로부터 더욱 고립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학만 기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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