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28일 청와대 출입기자단과 가진 송년 만찬에서 “통합과 창조의 장으로 나아가자”며 내년 국정운영의 지향점으로 ‘갈등 극복과 통합’을 제시했다.
노 대통령은 언론 관계에 대해 “정치와 언론이 견제와 갈등 구조 속에서 살아왔지만, 앞으로는 만남의 광장을 만들어 보자는 것을 언론에 대한 화두로 제시하고 싶다”며 언론에 ‘창조적 대안’ 제시를 주문했다.
노 대통령은 “중세까지는 지배이념 자체가 갈등을 전제로 하지 않았으며 하느님의 질서 아래 통합되는 원리를 갖고 있었다”며 “하지만 민주주의 시대는 시민사회와 권력 사이의 대립구도를 전제하고 있어 언론도 갈등적 구조에 충실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또 독일 사회학자가 헤르만 셰어가 쓴 ‘정치인을 위한 변명’이란 책을 소개한 뒤 “독일에서도 언론에 대한 정치인의 불만이 똑같더라”며 “갈등이 보도의 주된 주제라는 점에서 독일과 우리나라는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제왕이 누리던 권력을 일반 국민도 함께 누리는 것이 진보라고 생각한다”며 ‘참여정부가 한 일 중 가장 큰 것은 대통령 권력을 줄이고 낮추려 한 것”이라고 자평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역사란 무엇인가 하는 점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며 영웅이 시대를 만드는데 한계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조선시대의 대표적 영웅으로 여겨지는 세종과 정조는 시대의 흐름을 바꾸지 못한 반면 조선의 개국공신 정도전은 불교에서 유교ㆍ성리학으로의 변화를 이끌고 시대 흐름을 크게 바꿨다”고 평가했다.
노 대통령은 말미에 “내년과 그 다음 해에는 (국정 운영이) 잘 될 것이라는 예감을 갖고 있다”며 “나는 몰라도, 대한민국은 잘 된다”고 말했다.
김광덕 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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