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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문화계 결산] (9·끝) 바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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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문화계 결산] (9·끝) 바둑

입력
2005.12.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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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강자는 없었다. 4명의 초강자들이 난형난제의 접전을 벌였다. 이창호, 이세돌, 최철한, 박영훈 9단 등 이른바 ‘신사대천왕(新四大天王)’이 올해의 프로바둑을 이끌었다. 이들은 단순히 좋은 성적을 내는 데 그친 것이 아니라 나름대로의 개성 넘치는 기풍과 흥미진진한 대국으로 바둑의 ‘보는 재미’를 한층 높였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종합평점과 상금랭킹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이들은 2005 바둑대상 최우수기사상(MVP) 후보에도 이름을 나란히 하고 있다. 2006년 1월 5일 시상식장 현장 개표로 선정되는 바둑대상 결과에 어느 해보다 바둑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영원한 1인자로 군림할 것 같았던 이창호 9단은 후배들의 치열한 도전으로 흔들리는 한 해를 보냈다. 시즌 초반에는 국가대항전인 제6회 농심신라면배에서 막판 5연승(대회 30연승)을 거두며 한국의 극적인 우승을 이끌어 큰 기대를 걸게 했다.

그러나 연말까지의 결과는 불만스럽다. 국제기전에서는 춘란배 1개 대회 우승만을 기록했다. 바둑왕전, 전자랜드배, 왕위전 등 달랑 3개의 국내대회 우승도 이 9단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성적이다.

12월 19일 현재 종합랭킹 포인트에서는 1위이지만 상금랭킹은 3위에 머물고 있다. 이 9단은 지난 해까지 9번 MVP에 선정됐었다. 10번째 왕관을 차지할 수 있을지.

이세돌 9단은 올해 ‘국제 전사’의 이미지를 굳혔다. 국내기전 타이틀은 맥심배 단 한 개밖에 없지만 도요다덴소배, 후지쓰배 등 대형 국제기전의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메이저 국제대회 11연승이라는 놀라운 기록도 세웠다. 큰 대회의 우승으로 당당히 상금랭킹 1위에 올라있다.

최철한 9단에게 올 한해는 큰 의미가 있었다. ‘이창호 킬러’라는 영광스런(?) 별명을 얻었고 국내용이라는 꼬리표를 뗐다. 국수전에서 도전자 이창호 9단을 3대 0으로 완파해 바둑계를 깜짝 놀라게 하더니, GS칼텍스배에서는 2패후 3연승을 거둬 이 9단의 심기를 어지럽게 했다. 중환배 우승, 잉창치배와 후지쓰배 결승 진출 등 국제기전에서도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최 9단의 가장 큰 소득은 화끈한 게임을 펼치는 ‘인파이터’로서 자리매김한 것. 빠르고 파괴력 넘치는 행마에 “바둑을 몰라도 그의 대국은 재미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이다.

비록 종합전적에서 1대 2로 지긴 했지만 삼성화재배 준결승 2국에서 중국의 뤄시허 9단을 맞아 국제기전 사상 최단 시간 불계승(77분)을 기록하는 등 기풍을 유감없이 발휘해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올 한해를 가장 두텁게 보낸 기사는 박영훈 9단이다. 제1회 중환배, 영남일보배, 물가정보배에서 우승했고 원익배 결승에 오르는 등 올해 창설된 원년대회를 싹쓸이했다. 기성전, 비씨카드배, 한국리그의 우승컵도 차지했다. 기성전에서는 최철한 9단에 3대 2승, 물가정보배에서는 이창호 9단에 2대 0승을 거뒀다.

거목을 무너뜨리는 도끼 역할을 했다. 바둑리그에서는 9전 전승으로 팀의 우승을 이끌었고 대회 MVP로 선정됐다. 바둑 관계자들은 “전성기의 이창호를 보는 것 같다”고 입을 모은다.

2001년 신예기사상, 2003년 감투상을 받으며 ‘어린 왕자’로 시선을 끌었던 그가 올해에는 대권을 이어받을 황태자로 부쩍 성장했다. 새해 1월 8일부터 이창호 9단과 원익배 결승대국(3번기)을 벌이는데 승리할 경우 그의 입지는 더욱 단단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대회를 석권했던 한국바둑은 올해 중국과 일본의 거센 저항을 받았다. 잉창치배는 중국의 창하오 9단, 제9회 LG배는 일본대표로 출전한 중국 출신 장쉬 9단에게 내 주며 아성을 지키지 못했다.

제10회 LG배 결승에도 중국 기사가 올라가 있는 상황이다. 새해 1월 중순 삼성화재배 결승을 시작으로 2006년도 국제기전의 막이 오른다. 현재 이창호 9단과 중국의 뤄시허 9단이 결승에 올라있다. 이 대회의 필승을 시작으로 잃어버린 영지를 다시 찾는다는 것이 올 한해를 마감하는 한국 프로기사들의 각오이다.

한편 올해에는 한국기원 개원 60주년을 맞아 한국 ‘현대바둑 60년’이라는 타이틀로 각종 이벤트가 벌어졌다. 일세를 풍미한 프로기사들의 핸드프린팅, 한국 바둑 2,000년 전시회 등에 바둑인들의 관심이 모아졌다.

대한바둑협회가 창립된 것도 올해 바둑계의 큰 뉴스. 그 동안 한국기원이 관장했던 아마추어 바둑을 담당할 대한바둑협회는 대한체육회 준가맹단체 가입을 서두르고 있다.

권오현기자 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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