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시간을 이용해 낮잠을 자는 스페인의 독특한 관습인 ‘시에스타’(siesta)가 관공서에서 사라진다.
28일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스페인의 사회당 정부는 법령을 통해 공무원들의 점심 시간을 1시간으로 줄여 시에스타를 공식적으로 폐지했다. 현재 오후 2시부터 4시까지의 점심시간을 다른 유럽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낮 12시부터 오후 1시까지로 조정하면서 퇴근 시간을 오후 6시로 앞당긴 것이다. 스페인에서는 점심 식사 후 낮잠을 즐기는 시에스타 문화가 관습으로 굳어져 왔다.
호르디 세비야 공공행정장관은 27일 “새로운 규정은 관공서에서 발생하는 업무 시간의 혼돈을 차단하고 국민들에게 일과 가정생활을 조화롭게 유지하도록 하기 위한 조치”이라며 민간 기업의 시에스타 폐지 동참을 촉구했다.
그 동안 스페인의 경제계는 시에스타가 하루를 망치는 비효율적인 관습이라며 공식적 폐지를 주장해 왔다. 업무 효율에 차질을 줌으로써 국가 경제의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실제로 스페인의 연간 근무시간은 세계 10위를 기록할 정도로 많지만 생산성은 더 적은 시간 근무하는 국가들보다도 훨씬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코카콜라, 이베리카 등 스페인의 일부 민간 기업은 시에스타를 폐지하고 점심시간을 45분으로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시에스타 문화는 스페인 국민들의 생활 깊숙이 파고들어 폐지에 대한 부정적 여론도 만만찮다. FT는 “변화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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