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한국, 브레이크 없이 비탈길 질주”
교황청이 황우석 사태와 한국의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우려를 표명했다. 교황청 생명학술원장 엘리오 스그레치아(77ㆍ사진) 주교는 최근 가톨릭신문사 사장 이창영 신부와 가진 신년특별 서면대담에서 “한국 사회가 생명 윤리에 반대해서 자신의 이익을 선택한 것은 위험한 일이고, 브레이크 없이 비탈길을 질주하는 것”이라며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우리 사회의 환상과 과도한 기대를 꼬집었다.
교황청 생명학술원은 생명윤리 문제를 과학적으로 연구하고 교회의 가르침에 따라 생명 문화를 육성하기 위해 1994년 설립됐다. 산하기구이기는 하지만 교황청이 한국의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직접 의견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스그레치아 주교는 한국을 혼란에 빠뜨린 황우석 사태와 관련해 “배아줄기세포를 얻기 위해 인간 배아를 파괴하는 특권을 ‘과학의 권리’로 요구하고 그런 연구를 위해 허가를 받고 돈을 얻기 위해 거리낌없이 거짓말을 하는 광적인 열의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우려하고 “한국 정부는 (거짓된) 약속이 아니라 사실을, 가정이 아니라 진정한 희망을 추구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또 “배아라는 작은 유기체는 ‘잠재된 인간 존재’가 아니라 진정한 하나의 인간”이라며 “배아줄기세포는 ‘살해’된 배아의 살아있는 한 부분이고, 이 줄기세포로부터 야기되는 암 발생의 위험성은 상존하며, 면역 거부 반응 때문에 질병 치료에 적합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스그레치아 주교는 나아가 “배아줄기세포 연구자들은 이 세포로 온갖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약속해왔지만 이는 거짓”이라고 지적한 뒤 “성체줄기세포가 윤리적, 의학적으로 유용한 대안”이라는 가톨릭의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배아줄기세포와 달리 성체줄기세포 연구는 이미 상당한 긍정적인 성과들을 축적하고 있다”며 “성체줄기세포 연구가 빠르게 진전되는 이유는 그것이 기대하는 세포로 분화되기 쉽고, 암을 발생시키지 않으며, 손상된 세포와 장기를 치료하고 재생하는데 효과적인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스그레치아 주교는 이탈리아 아르체비아 출신으로 52년 사제 서품을 받았으며, 금년 1월 생명학술원장으로 임명됐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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