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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검사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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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검사님들

입력
2005.1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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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는 사람의 범법 행위를 찾아내 처벌을 요구하는 직업이지만 세상의 갖가지 범죄 가운데는 검사에게도 ‘과연 처벌하는 게 옳은지’ 망설여지는 딱한 사연이 적지 않다.

올 한 해 밀려들었던 사건 기록을 파헤쳐 딱한 사연을 찾아내고 피의자에게 처벌 대신 재기의 기회를 준 ‘따뜻한 검사들’을 대검찰청이 28일 발표했다.

예술계 고교에 다니며 전국 음악콩쿠르에서 상위권에 입상하는 등 촉망받던 예비성악가 박모(17)군은 부모의 이혼으로 가정이 깨지고 레슨비를 내지 못할 형편이 됐다.

결국 올 5월 성악을 포기하고 일반계 고교로 전학한 박군은 새 학교에 적응하지 못한 채 빗나가기 시작했다. 불량 청소년들과 어울리던 박군은 학교를 자퇴하고 8월 친구들과 함께 운전자가 술취해 잠자고 있는 차 창문으로 손을 넣어 가방을 훔치다 경찰에 붙잡혔다.

오토바이를 훔친 전력까지 드러나 가중처벌을 받을 처지였지만 사건을 송치받은 청주지검 정병원 검사는 박군의 불우한 성장과정과 음악적 재능을 눈여겨봤다.

정 검사는 10월 말 박군을 석방하고 기소유예 처분한 뒤 독지가들의 후원을 요청했다. 청주지검 범죄예방협의회가 박군에게 학비를 대기로 했고 한 범죄예방위원은 “학업을 마칠 때까지 생활비를 지원하겠다”고 나서 박군은 현재 성악을 다시 준비하고 있다.

6월 횟집에 몰래 들어가 5만원을 훔친 허모(20)군이 구속됐다. 절도 액수는 적지만 거처가 일정치 않고 가족이 없어 도망할 염려가 많다는 이유에서였다.

사건을 맡은 서울서부지검 황인규 검사는 2살 때 어머니가 가출하고 중학 2학년 때 아버지를 잃어 여동생과 함께 보육원에서 고교를 마친 허군이 공장과 술집을 전전한 딱한 사연을 들었다. 발목 인대를 다쳐 모았던 돈을 모두 병원비로 쓴 뒤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우발적으로 돈을 훔친 것이었다.

황 검사는 허군을 처벌하는 대신 어머니를 찾아주기로 했다. 허군의 호적ㆍ제적등본을 뒤져보니 어머니가 강원도에 살고 있었다. 어머니는 이미 재혼한 상태였지만 허군이 “한번이라도 어머니 얼굴을 보고 싶다”고 하고 재혼한 남편도 적극적으로 나서 검사실에서 20년만의 모자상봉이 이뤄졌고 허군은 가족 품으로 돌아갔다.

정신지체 1급인 아이를 지하철에 버리고 다른 남자와 동거를 하던 비정한 어머니를 수사하던 서울중앙지검 김기훈 검사는 부모에게 버림받은 아이의 장래가 염려됐다.

아이는 비장애아들만 살고 있던 서울시립 보육시설에 맡겨져 있었다. 아이의 친부를 찾아 나선 김 검사는 전남에 사는 친부의 희망대로 전남 지역 장애아 양육시설로 아이를 옮기고 후원을 주선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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