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사설] 국민 당혹케 하는 대통령과 경찰청장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사설] 국민 당혹케 하는 대통령과 경찰청장

입력
2005.12.28 00:00
0 0

정말 어이 없는 상황이다. 시위 과잉진압에 의해 농민 2명이 숨진 엄중한 사태와 관련해 노무현 대통령은 경찰청장을 물러나게 할 법적 권한이 없으며 경찰청장 본인이 판단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허준영 경찰청장은 꼭 물러나는 게 책임을 지는 것은 아니라며 사퇴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국민들로서는 어리둥절하지 않을 수 없다. 노 대통령의 본뜻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같은 자세는 경찰청장 임기제를 핑계로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허 청장의 버티기도 임기제를 방패막이로 자리를 보전하려는 구차한 처신으로 보인다.

대통령은 경찰청장 임명권을 갖지만 임기 2년 동안 자의적으로 해임할 수 없도록 한 경찰청장 임기제에 비춰 노 대통령이 취한 자세는 언뜻 맞는 듯하다. 그러나 경찰청장 임기제 도입의 취지가 정권으로부터 경찰의 정치적 중립을 지키기 위한 것임을 감안할 때 노 대통령이 이번 일에 바르게 대처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대통령이 법적으로는 해임권한이 없다 하더라도 임명권자로서 정치적 판단은 할 수 있는 만큼 그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이 옳다. 전후맥락을 보면 청와대도 허 청장의 사퇴를 유도하는 제스처를 취한 흔적도 있지만 오히려 국민의 눈을 흐리는 기교로 비칠 뿐이다.

허 청장의 처신도 이해하기 어렵다. 그는 “임기제 청장으로서 맡은 바 일을 다하는 게 대통령에 대한 충성이고 국민에 대한 충성”이라고 했다. 하지만 국민들도 그렇게 생각하는지 의문이다. 시위과잉 진압으로 농민이 두 명이나 숨진 사태는 허 청장이 강조해왔던 인권경찰의 이미지도 심각하게 훼손했다.

허 청장은 평화적 시위문화 정착 등의 소임을 다하겠다고 하지만 꼭 그만이 이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쯤에서 허 청장은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지고 깨끗이 물러나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이자 자신이 몸담아온 경찰을 위해서도 바른 선택일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