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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직 임기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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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직 임기제 '논란'

입력
2005.1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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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27일 대국민사과 기자회견에서 허준영 경찰청장의 거취에 대해 "대통령이 경찰청장을 문책할 수 있는 법적 근거나 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한 대목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경찰청장의 임기제가 있는 이상 허 청장이 자진 사퇴하지 않으면 책임을 지울 방법이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런 논리에 대해 "임기제는 정권으로부터의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 도입된 것이지, 책임 회피의 방패가 돼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법적으로는 2003년 도입된 경찰청장 임기제에 따라 대통령은 경찰청장 임명권을 갖지만 임기 2년 동안 자의적으로 해임할 수 없다. 대신 경찰청장이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을 때 국회의 탄핵 대상이 된다.

직무 관련 잘못을 저질렀을 경우 다른 공무원처럼 해임, 감봉 등의 징계를 받지만 이번 사안처럼 부하의 잘못에 대한 지휘책임을 물어 해임하기는 어렵다.

전혀 다른 시각도 있다. 임기제가 정권의 부당한 압력을 배척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지, 국민에 대한 과오를 면탈하는 수단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번 사안의 본질이 경찰의 부당한 권력 행사에 대한 책임 문제이기 때문에 임기제를 거론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임지봉 건국대 법학과 교수는 "임기제가 책임 면탈 수단이 된다면 정권으로부터의 독립성 유지라는 입법 취지는 퇴색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결국 논점은 시위농민 사망이 경찰 총수가 책임질 만한 사안이냐는 정치적 판단으로 귀착된다. 노무현 대통령은 "공권력의 책임은 무겁게 다뤄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경찰총장의 책임에 대해서는 임기제를 핑계로 답변을 회피했다.

한 법조계 인사는 "노 대통령이 법적으로는 해임권이 없다고 하더라도 경찰청장을 임명한 최고 통치자로서 정치적 판단은 내릴 수 있다"며 "의사 전달의 방법이 있는데도 임기제를 거론하면서 빠져나간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고 말했다.

경찰청장 뿐 아니라 검찰총장, 감사원장 등 임기제 고위직의 책임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이런 논란은 재연될 수 있다. 손혁재 참여연대 상임위원장은 "임기제가 국민에게 저지른 잘못에 대한 방어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며 "임기제가 오용되면 결국 정부 전체의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 동안 임기제가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을 이끌어내는 긍정적 제도였지만, 이제 임기제 고위직의 대국민 책임문제가 새로운 숙제로 떠오른 셈이다.

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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