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이 독자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위성항법시스템 ‘갈릴레오 프로젝트’가 28일 시험위성 ‘지오베_A(GIOVE_A)’를 처음 발사함으로써 실용화를 향한 첫 걸음을 내딛는다.
유럽연합(EU)과 함께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는 유럽우주국(ESA)은 이번 발사를 “갈릴레오 프로젝트를 이론에서 실제로 이행시키는 중요한 단계”라고 평가했다.
이날 오전 5시19분(GMT)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기지에서 러시아의 소유즈 로켓에 실려 발사되는 위성은 지상 2만3,000㎞의 우주공간에서 원자시계 작동을 포함한 다양한 실용기술을 테스트할 예정이다. 원자시계는 오차범위가 수 천년에 1초에 불과한 ‘완전시간’으로 항법시스템의 핵심기술이다.
별의 나이 등을 측정하는 ‘우주시계’보다 10배 이상 정밀한 원자시계 덕분에 갈릴레오는 현재 미국이 독점적으로 장악하고 있는 GPS보다 압도적인 성능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1970년대 말 군사용으로 출발한 GPS는 위치 정확도가 10m 내외인데 반해 갈릴레오는 오차를 1m로 대폭 줄였다. 또 GPS는 대형건물 같은 장애물 때문에 도심에서는 55% 정도만 목표물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었으나, 갈릴레오는 도심 건물은 물론 사무실 안, 나무 밑의 목표물도 추적할 수 있다. 실내에 있는 사람의 위치도 잡아낼 정도다.
순수 민간용으로 개발되는 갈릴레오를 EU가 명운을 걸고 추진하는 데는 정치적 이유가 있다. 미국은 GPS 서비스를 전세계에 무료로 제공하고 있으나 기본적으로 군사용이란 이유를 들어 민간 서비스 범위를 제한해 왔다. 또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신호품질을 저하시키거나 아예 서비스를 일방적으로 끊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 때문에 여객기 이착륙이나 열차 통제시스템처럼 GPS 서비스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대중교통 시스템은 승객들의 안전을 100% 담보할 수 없는 형편이었다. 갈릴레오는 한마디로 항법시스템에서 일방적인 미국 의존구조를 탈피하겠다는 유럽의 ‘독립선언’인 셈이다.
EU측은 갈릴레오와 GPS가 협력해 호환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면 항법 서비스가 획기적으로 향상돼 위치 파악률이 90%대를 훨씬 능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갈릴레오가 본격 상용화하면 쓰임새는 광범위하다. 네비게이션은 물론, 국가전력망 분배, 이메일 및 인터넷 등 가상공간, 금융거래 보안시스템에서 다양하게 활용된다. 2015년까지 시장규모는 100억 유로, 이용자는 50억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일자리도 유럽에서만 10만 개 이상 창출될 전망이다.
EU의 우주 프로젝트 사상 최대인 34억 유로가 투입되는 갈릴레오는 내년 중 두번째 ‘지오베_B’ 시험위성를 발사하고 2008년까지 4개의 실무위성을 쏘아 올린 뒤 최종적으로 30개 위성을 지구궤도에 배치할 예정이다. 서비스는 2010년 말부터 상용화가 가능할 전망이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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