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핵심인사들은 집권 3년의 치적을 자화자찬할 때 늘 주가를 앞세워왔다. 시장경제의 건강성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인 주가지수가 1,200, 1,300을 넘어 고공행진하는 것은 우리 경제가 명실공히 반석 위에 올라섰음을 뜻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삼성경제연구소의 최근 보고서를 보면 이 같은 주장이 얼마나 아전인수식 해석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한마디로 주가가 경기사이클의 선행지표라는 고정관념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아 현재의 주가 강세를 경기회복 신호로 판단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1980년 이후 주가지수와 경기의 시차 상관계수를 분석한 결과 인과관계가 불분명한 것으로 드러났고, 특히 2000년대 들어서는 오히려 주가가 3~12개월의 시차를 두고 경기를 뒤따르는 후행성이 두드러졌다. “주가가 상승하면 경기도 살아난다”는 일반론은 근거가 없다는 얘기다.
또 과거 주가가 1,000선을 넘었을 때 경제성장률이 8%를 넘었으나,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올해는 성장률이 3% 후반에 그쳤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보고서는 경기호조로 늘어난 기업수익이나 개인의 가처분소득이 주식투자 자금으로 활용되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수출 대기업이나 고소득층이 양극화의 열매를 독식하며 그들만의 잔치를 벌인다는 얘기에 다름 아니다. 또 최근엔 기업들이 증시에서 조달한 자금으로 설비투자보다 자사주 매입과 경영권 방어 등에 사용함에 따라 주가상승이 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약해진 점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러나 굳이 이런 보고서가 아니더라도 정권 핵심인사들이 툭하면 주가를 들이대는 것은 민망한 짓이다. 지금 증시는 시장전문가들의 우려처럼 ‘과열’양상이다.
책임 있는 정부라면 개미들의 과욕을 부추길 수 있는 발언을 자제하는 게 옳다. 정부는 주식으로 돈 벌었다는 부자들로 인해 박탈감을 키워가는 서민층의 마음을 헤아리며, 고공 주가에도 불구하고 기업투자가 왜 부진한 지를 따져보라.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