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이 26일 개최한 의원ㆍ중앙위원 워크숍과 중앙위원회에서는 당헌ㆍ당규 개정을 놓고 각 계파간 격론이 벌어졌다.
양대 계파인 친(親) 정동영계와 범(汎) 김근태계의 기싸움이 치열했고, 유시민 의원 주도의 참정연계도 목소리를 높였다. 결과는 당내 최대계파인 정동영계가 선호했던 개정방안이 광범위한 호응을 얻지 못해 대부분 부결됐다.
이를 두고 정동영계를 견제하려는 다른 계파의 판정승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한편으론 정동영계 스스로 당내 분란을 우려해 적극적 내부결집을 하지 않았다는 평가도 나왔다. 내년 전대를 앞두고 당내 계파간 격한 싸움으로 비칠 것을 우려했다는 후문이다.
14시간여 걸린 이날 회의의 최대 쟁점은 내년 2ㆍ18 전당대회 룰과 당 의장 권한 강화 문제, 기간당원 권한 완화 등 크게 3가지였다. 이 사안들은 합의점이 찾아지지 않아 표 대결까지 가야만 했다.
우선 전당대회 룰이 가장 예민한 쟁점이었다. 지도부내에서도 합의가 되지 않아 복수안을 중앙위원회에 상정해야 했다.
정동영계는 내년 전당대회를 중앙위원 및 대의원까지 모두 바꾸는 정기 전대로 할 것을 주장했지만, 김근태계는 최고위원과 당의장만 뽑는 임시 전대를 주장했다.
동시에 당의장과 최고위원을 분리해 선거하고 1인1표제로 하자는 주장(정동영계)과 현행대로 당의장과 최고위원 동시선거, 1인2표제로 해야 한다는 주장(김근태계)도 팽팽히 맞섰다.
결국 중앙위원회에서 표결로 갔고, 그 결과 임시전대와 동시선거, 1인2표제 등 현행대로 결정됐다. 정동영계가 선호했던 개정안이 의결정족수(중앙위원 재적 83명중 3분의2인 56명)를 넘지 못한 것이다.
또 당의장에게 각종 위원회 인선권 등을 부여하는 등의 당의장 권한 강화 문제도 지도부가 합의해서 올린 단일안이었지만 부결됐다. 김근태계와 참정연 등이 “과도한 당의장으로의 권한집중은 창당정신에 맞지 않다”며 반대했기 때문이다.
정동영계로서는 대폭 물갈이를 통한 새판짜기로 강력한 당의장 체제를 구축하려고 했지만 뜻대로 되지는 않은 것이다.
표심 왜곡 방지 차원에서 1인1표제도 주장했지만 이 역시 부결됐다. 반면 김근태계로서는 현행 집단지도체제 성격과 1인2표제를 유지함으로써 정동영계 견제에 유리한 구도를 갖게 됐다.
하지만 우상호 의장 비서실장은 “어느 계파에 유ㆍ불리를 따져서 나온 결과가 아니라 서로 과격한 대결을 피하자는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에 절충된 것”이라며 “승패를 논할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정동영계인 김한길 의원도 “비상집행위가 합의한 내용도 부결된 것은 아쉽지만 승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직후보선출 방식을 기간당원 경선 원칙에서 일반국민의 참여 폭을 넓힌 국민참여경선으로 바꾼 안에 대해서는 참정연이 적극 반대했지만 개정안대로 통과됐다. 당심(黨心)과 민심의 괴리를 막자는 취지에 대부분 인식을 같이한 것이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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