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사태의 불똥이 초중고 교육현장으로 튀고 있다.
‘자랑스런 한국인’ ‘세계적인 과학자’ ‘국민적 영웅’ 등으로 수 년간 황 교수를 치켜세우며 학생들을 가르쳤던 교사들은 최근엔 입을 닫아 버렸다. 황 교수를 따라 배워 과학자를 꿈꾸던 청소년들도 자신의 꿈을 산산조각낸 현실 앞에서 당황하고 있다.
자칭 “황 교수 예찬론자”였다는 서울 K고의 생물담당 교사는 “유전에 대해 가르치면서 황 교수 업적을 줄기차게 설명했는데 이제 와서 황 교수를 비난하기도 멋쩍어 수업 시간에 아예 황 교수 이야기 자체를 꺼내지 않거나 학생들이 질문해도 어물쩍 넘어가 버린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직선적인 질문에 대답하느라 골머리를 앓는 교사들도 많다. 광주 고려중 박용오 생물 교사는 “학생들이 ‘논문조작이 사실이냐’ ‘난치병 치료는 이제 안 되는 거냐’와 같은 단도직입적 질문만 한다”며 “언론 보도로 형성된 학생들의 높은 기대치와 실제 현실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설명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고 토로했다.
장차 수의대나 생명공학부에 입학하려던 학생들도 혼란에 빠졌다. 서울 건대사대부고 2학년 박모(17)군은 “그 동안 황우석 교수를 우리나라 최고 과학자로 존경하면서 수의대 진학을 목표로 삼았는데…”라며 자신의 진로에 대해 결정을 못 내리고 있다고 밝혔다.
인천고 김모(17)군도 “황 교수를 예로 들며 생명공학부 진학을 적극적으로 권유했던 선생님이 지금은 ‘적성 고려해서 결정하라’는 원론적인 말만 한다”며 혼란스러워 했다.
학부모들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중학교 2학년 딸을 둔 학부모 김모(49)씨는 “딸이 최근까지도 ‘황우석 아저씨 어떻게 되는 거야’ ‘MBC가 나쁘다’ 등 황 교수를 비난하는 언론 보도에 즉각 반발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며 “앞으로 가치관 혼란으로 정신적 상처를 입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교과서 등에 실린 황 교수 관련 내용도 교육현장에서는 큰 고민거리다. 현재 초등학교 6학년 2학기 사회과목의 자료 참고용 교과서인 ‘사회과탐구’ 마지막 단원에는 ‘세계 속에 한국을 심는 사람들’이란 주제로 황 교수가 소개돼 있다.
교과서에는 복제송아지를 탄생시킨 생명공학자 황우석 교수가 노벨상에 도전한다는 내용과 함께 실험복을 입은 사진까지 실려 있다. 각종 참고서와 논술부교재 등의 황우석 관련 기술도 많지만 정확히 파악조차 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 고진광(51) 대표는 “과학적인 사실관계보다 언론보도를 통해 우리 사회의 반목과 질시가 아이들에게 그대로 노출된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관리 감독 시스템이 제대로 갖추어졌더라면 지금 같은 혼란은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교육현장이 당장은 혼란스럽겠지만 장기적으론 바람직한 측면이 있다고 말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건국대 교육학과 서영석 교수는 “이번 사태를 업적, 보고 위주의 문화를 재평가하고 과학자의 윤리에 대해 토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면서 “교사와 학부모도 무조건 세태를 비판하거나 외면할 것이 아니라 사실에 입각해 진실만을 가르친다는 자세로 학생들을 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