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강릉에 갔다가 일요일 아침 일찍 서울에 올라왔다. 좀 더 놀다가 오려고 했는데, 눈이 올 것 같아 일찍 길을 떠났다. 그런데도 대관령에 닿자마자 여지없이 눈이 내렸다. 바람은 또 얼마나 세게 부는지 공중의 ‘하늘다리’를 지날 때 자동차가 이리저리 흔들렸다.
대관령에서 원주까지는 더욱 많은 눈이 내렸다. 옆 창문을 바라보면 흰색인데, 앞 창문을 바라보면 깨알처럼 새까만 눈발이 온통 내 앞으로만 몰려드는 것 같았다. 자동차가 지나가는 바퀴자리만 까맣게 드러나고, 다른 길바닥은 이미 하얗게 눈에 덮여버렸다.
지난번 남쪽지방에 눈이 많이 왔을 때 강원도는 눈이 오지 않았다. 강원도의 눈은 늘 늦게 와서 늦게 물러난다. 눈이 얼마큼 많이, 또 자주 오느냐고 누가 물으면 우리 형님은 이렇게 대답한다. 강릉에서 양양으로 출퇴근하던 시절 자동차 바퀴에 치는 체인을 세 개 끊어 먹으니 꽃피고 새가 우는 봄이 오더라고.
어느 지방에 하룻밤 사이 눈이 30센티미터쯤 내려 학교가 임시휴교를 했다고 하면 우리 조카들은 또 이렇게 말한다. “그 정도 내리면 우리는 학교 갔다온 다음 학원까지 가야 해요.” 기본적으로 눈에 대한 개념이 다르다.
소설가 이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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