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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석의 TV홀릭] 일곱 단어로 본 2005년 방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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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석의 TV홀릭] 일곱 단어로 본 2005년 방송가

입력
2005.1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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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무는 한 해를 돌아보며, 2005년 방송가에서 가장 많이 쓰이거나, 방송가의 흐름을 보여준 단어 일곱을 골라봤다. 다소 고약할 수도 있겠지만, 민숭민숭한 덕담보다는 낫지 않을까.

김삼순= ‘내 이름은 김삼순’ 이후로 ‘영재의 전성시대’와 ‘사랑은 기적이 필요해’ 등 수많은 ‘삼순 워너비’들이 등장했고, 각종 프로그램에서 삼순이를 패러디했다. 그만큼 올 한해 20~30대 여성은 방송가의 화두였다. 단, 살찐 여성을 ‘돼지’에 비유한 ‘삼순이 선발대회’같은 건 빼고.

네티즌= 자신의 생각이 여론이라고 주장하고 싶은데 막상 근거는 없을 때 사용하는 말- ‘네티즌에 의하면’. 사람 입맛에 따라 사이버 테러의 주범도 됐다가, 가장 훌륭한 여론 주도층이 되기도 한 불쌍한 단어.

연애= 연애하라, 네 시작은 솔로였으나 그 끝은 커플이리라(이상 ‘출산드라’ 패러디). ‘X맨’같은 커플 만들기 프로그램부터 ‘야심만만’처럼 ‘작업의 정석’을 가르치는 토크쇼, 그리고 ‘올드미스 다이어리’처럼 현실적인 연애감정을 다룬 시트콤까지. 순정의 시대는 가고, 끝없는 밀고당기기가 이어지는 ‘연애학’의 시대가 왔다.

MBC= 원래 방송사는 프로그램을 만들지 프로그램의 기사거리가 되진 않는다. 하지만 올해 MBC는 일년 내내 보도 프로그램의 단골 소재가 됐다. 특히 온갖 추측과 반전이 난무했던 ‘PD수첩’은 그 백미. 기사거리 없어도 좋으니 내년엔 좀 조용하게 삽시다.

고현정= 고현정, 김선아, 최진실, 전도연 등의 드라마 출연은 숱한 화제를 모았고, 시청률의 보증수표로 인식됐다. ‘스타 모시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톱스타의 힘을 보여준 예. 하지만 김정은이나 이효리의 예처럼, 어떤 톱스타도 엉터리 드라마를 살려낼 수는 없었다.

반전= ‘진실게임’에서 유재석이 그랬다. “올드보이와 식스센스 이후 최고의 반전”이라고. 시청자들은 ‘부활’같은 스릴러 드라마는 물론, 오락 프로그램에서도 반전을 즐긴다. 심지어 황우석 교수 관련 사건에서도 농담조로 “다음 반전이 기대된다”는 말까지 있었으니, 요즘 사람들은 정말 모든 궁금한 것들을 ‘즐기는’ 것 아닐까.

세대공감 올드 앤 뉴= 노현정과 탁재훈을 스타로 만든 오락 프로그램. 하지만 더욱 중요한 건, 요즘처럼 ‘말이 안 통하는’ 시대에 부모와 자식을 함께 TV 앞에 앉혔다는 것일지도. 내년에는 세대와 세대, 이념과 이념이 서로 ‘공감’할 수 있는 한 해가 되길.

대중문화평론가 lennonej@freech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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