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러 '에너지 무기'로 세계 주물러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러 '에너지 무기'로 세계 주물러

입력
2005.12.27 00:00
0 0

세계 에너지 시장을 석권하려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거침이 없다. 국영 천연가스 회사 가즈프롬 등을 앞세워 옛 소련 국가들은 물론 서유럽과 미국 시장까지 진출을 꾀하고 있다. 모두 천연가스(생산ㆍ수출 세계 1위), 석유(생산ㆍ수출 세계 2위)라는 확실한 무기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러시아는 최근 주변국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가즈프롬은 내년부터 우크라이나 그루지야 발트 3국(라트비아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등에 대한 가스 수출 가격을 최고 400% 이상까지 올리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리투아니아에 대해서는 1월 1일부터 석유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선전포고 했다.

유럽연합(EU)과 가까이 지내면서 심기를 불편하게 한 데 대한 보복성 가격인상이다. 반면 벨로루시 아르메니아 등 러시아에 여전히 고분고분하는 나라는 내년에도 같은 가격에 가스를 공급 받는다.

러시아 재무장관 알렉세이 쿠드린은 “주변 나라에 값싼 가격에 에너지를 제공하며 도왔지만 이제는 우리 자신의 이익만 생각할 때”라고 밝혔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를 앞세워 추진하고 있는 50억 달러 짜리 대형 프로젝트인 북유럽가스관(NEGP)은 러시아가 동유럽을 넘어 서유럽까지 영향력을 넓히려는 의도가 담겨있다.

러시아는 지금껏 우크라이나 폴란드를 거치는 수송관을 통해 서유럽에 가스를 수출했는데 앞으로 러시아 독일 영국을 직접 잇는 독자적인 수출 통로를 만들어 수출 비용을 줄이겠다는 계산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러시아가 장기적으로는 서유럽에 대한 가스 수출량 조절을 통해 이 지역에 대한 영향력을 높이려는 속셈을 가지고 있다”며 “슈뢰더 전 총리 영입은 이런 과정에서 빚어질 외교적 마찰을 줄이기 위해서”라고 보도했다.

러시아 에너지 사냥의 최종 목표는 미국이다. 가즈프롬은 최근 “2010년까지 미국 가스 시장의 10% 차지할 것이며 머지 않아 20%까지 가능할 것”이라고 선언해 미국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내년부터 G8 의장국을 맡게 된 것은 러시아에게 더 없이 좋은 기회다. FT는 “러시아는 의장국 자리를 이용해 전세계 에너지 시장에서 중추적인 제공자로서 이미지를 굳히고 싶어 한다”며 “사우디아라비아 등 기존 산유국들은 석유를 미국과 관계 개선에 활용하는데 그쳤다면 러시아는 자국의 에너지 회사들을 전 세계에서 활약하도록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