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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북한 산유국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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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북한 산유국의 꿈

입력
2005.1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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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10월 역사적인 소떼 몰이 방북을 마치고 귀환한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기자회견에서 “평양은 복개처럼 기름 더미 위에 떠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7년 전의 일이지만 노 기업인이 상기된 표정으로 방북 결과를 설명하면서 입에 올린 ‘복개’라는 단어가 아직 귓전에 쟁쟁하다.

복개(覆蓋)는 하천이나 도랑을 덮는다는 뜻도 되지만 예전엔 밥그릇 뚜껑을 흔히 복개 또는 뽀깨라고 했다. 북한엔 석유가 묻혀있을 만한 7개 분지지역이 있는데 평양도 그 하나여서 정 회장 방북 때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그런 표현을 썼던 것 같다.

▦ 당시 김 위원장은 개발중인 유전에서 나오는 기름을 파이프라인을 통해 남한에 공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까지 큰 소리를 쳤다지만 유전개발에 진전이 없자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엊그제 중국을 방문 중인 로두철 북한 내각부총리와 쩡페이옌(曾培炎) 중국 국무원 부총리가 해저원유공동개발 협정에 서명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다시 북한 유전개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서해의 서한만분지와 안주분지, 원산 앞바다인 동한만분지가 그 대상일 것으로 추측된다.

▦ 북한은 1957년 아오지에서 소련의 기술지원과 루마니아산 탐사장비로 처음 석유탐사에 나선 이래 유전개발에 집요하게 매달려 왔다. 1970년 대 중국의 보하이(渤海)만 유전 발견을 계기로 서해에서 본격적인 탐사와 시추를 실시, 85년에는 남포 앞바다 시추공에서 450배럴의 원유를 채취하기도 했다.

캐나다의 칸텍사는 1996년 이 지역에 50억~400억 배럴의 원유가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증명은 안됐지만 북한을 OPEC 회원국 수준의 산유국 대열에 낄 수 있게 할 만큼의 대규모 매장량이다.

▦ 북한에 대규모 석유매장 가능성이 있는데도 메이저급 석유개발사들이 뛰어들지 않은 것은 미국의 경제제재가 이들의 발을 묶어놓았기 때문이다. 그 동안 호주 캐나다 스웨덴 등의 서방 기업들이 북한의 유전탐사에 참여해왔지만 대부분 영세해 본격적인 탐사에 나서지도 못하고 물러났다.

북한은 지난해 영국의 중견 유전개발사인 아미넥스사에 처음으로 20년 장기 채굴개발권을 부여했다. 여기에 중국 정부가 본격 뛰어들었으니 북한의 유전개발에 탄력이 붙게 됐다. 북한이 대형 산유국이 될지는 두고 봐야지만 우리가 손 놓고 있는 사이 최근 북한의 자원개발에 묻지마 투자를 하고 있는 중국이 또 선수를 친 것 같아 영 찜찜하다.

이계성 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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