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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日·中·러 지도자 2005 성적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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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日·中·러 지도자 2005 성적표

입력
2005.1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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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시 사면초가

재선 첫해 카트리나 이후 레임덕

리크게이트·이라크전 등 안팎 시련

26일 텍사스주 크로포드 목장에서 연말휴가에 들어간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집권 5년째인 올해 어느 해보다 혹독하게 나라 안의 악재와 나라 밖의 도전에 시달렸다.

1월20일 ‘전 세계로의 자유 확산’을 외치며 야심차게 재선 임기를 시작한 부시 대통령이 2월 이라크전 문제로 껄끄러워진 관계 회복을 위해 유럽 순방을 할 때만 해도 모든 일이 계획대로 진행되는 듯 했다. 그가 5월 러시아와 네덜란드, 발트 3국을 방문했을 때는 ‘자유 확산’ 외교에 세계의 이목이 모아지기도 했다.

그러나 8월말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뉴올리언스 상륙 이후 임기 첫 해 레임덕 현상을 걱정해야 할 만큼 그는 나락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연방 정부의 늑장대응이 참사를 키웠다는 비난 여론이 허리케인처럼 몰아쳤고 곧이어 ‘잔인한 10월’이 찾아 왔다.

대법관에 지명했던 해리엇 마이어스 백악관 법률담당 고문이 보수 진영의 반발에 굴복, 자진 사퇴했고 딕 체니 부통령의 오른팔이었던 루이스 리비 전 부통령 비서실장이 ‘리크게이트’에 연루돼 기소됐다. 10월25일 이라크전 미군 사망자가 2,000명을 넘어서면서 반전 여론에 다시 기름이 부어졌다.

외교에도 주름이 가기 시작했다. 11월 중남미 순방에서는 반미 구호에 시달렸고 한국에서의 아ㆍ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에 이어 중국을 방문했을 때는 인권외교를 한다고 했지만 언론의 낮은 평가를 받았다. 부시의 연말은 CIA 해외비밀 수용소 운영, 영장 없는 국내 비밀도청 등이 폭로되면서 또 한번 얼룩졌다. 이란 핵 문제는 지지부진하고 대북 강경 금융제재로 북한 핵 해결을 위한 6자 회담도 교착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부시 진영은 파산법 개정, 집단소송 남발 제한, 존 로버츠 대법원장의 상원 인준 통과 등을 그나마 올해의 성과로 꼽고 있다. 11월 35%로까지 떨어졌던 지지율은 최근 회복 세를 보이지만 중간선거가 있는 내년에는 각종 정책추진이 쉽지 않다는 점 때문에 부시 대통령은 만만치 않은 한해를 맞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 고이즈미 내화외빈

의회해산 도박 '극장정치' 대흥행

안보리 상임국 실패 등 亞외교 낙제

일본의 2005년은 그야말로 '고이즈미의 해'였다. 극적인 승부수와 정치적 반전,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가 어우러진 '고이즈미식 정치'는 일본 국민들을 열광시켰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는 우정개혁 관련 법안이 지난 8월 참의원에서 부결되자 의회해산을 단행했다. 이어 9월 총선에서 압승, 본격적인 개혁을 추진할 수 있었다. 개혁 추진 과정에서 파벌정치 등 시대착오적인 구습까지 개선되고 있어 국민들의 지지는 더욱 올라가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외교는 낙제이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이 실패로 끝났고, 북한과의 국교정상화 교섭도 어려움을 겪었다. 또 제1회 동아시아정상회의(ESA)에서는 노골적인 따돌림을 당하는 수난을 맛보기도 했다.

이 같은 실패는 고이즈미 총리 자신이 초래한 것이라는 비판이 많다.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를 강행하고 있는 그의 집착이 한일ㆍ중일 관계를 심각하게 악화시켰고, 일본 외교 전반에도 큰 부담이 됐다는 것이다.

일본 내에서는 고이즈미 총리가 노골적으로 밝힌 '미국유착-아시아경시'외교 정책이야 말로 고이즈미 총리가 외교의 문외한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고이즈미 총리는 공언한대로 내년 9월 물러날 때까지 '개혁의 완성'을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이고, 이것이 성공할 경우 일본 역사상 위대한 지도자의 반열에 오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야스쿠니 참배 문제가 걸린 한일ㆍ한중 관계의 개선은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후진타오 위상정립

경제 도약 등 '강대국 중국' 과시

환경오염·탄광사고 등 성장통 과제

올해도 중국은 가파르게 성장했다.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올해 세계 4위로 도약할 것으로 전망되고 무역흑자도 1,000억 달러가 넘어섰다. 치솟는 경제력을 바탕으로 중국의 외교적 영향력은 아시아를 넘어 유럽으로, 남미로, 아프리카로 뻗치고 있다.

3월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으로부터 중앙군사위 주석직을 물려받아 명실상부한 권력기반을 다진 후진타오(胡錦濤) 국가 주석은 내치와 외치의 끈을 잘 조정함으로써 나라 안팎으로 강력한 지도자의 위상을 굳혔다.

미국과는 무역ㆍ 인권갈등을 빚고 일본과는 야스쿠니 참배와 역사 인식 차이로 반목의 골이 깊어졌지만 화평굴기(和平屈起)를 역설하면서 20여 개국을 돈 그의 순방 외교는 강국으로서의 중국의 면모를 새롭게 했다.

국내적으로는 후 주석은 중국 정치의 새로운 캐치 플레이즈로 허시에(和諧)를 제창하고 성장 우선의 선부론(先富論)에서 균형, 분배, 인본(人本)을 중시하는 공부론(共富論) 정책을 중시했다. 또 도농간 격차, 동서간 발전 격차, 계층간의 격차 해소에 진력하고 있다.

그러나 성장과 발전의 진통이 깊어지면서 내년 그에게 만만치 않은 과제를 남기고 있다.

경제발전과 더불어 국민의 욕구는 한층 기대치가 높아졌고 정보 통신의 발전은 감춰졌던 공산당 일당 독재의 권력 남용이나 부패를 드러내고 있다. 11월 쑹화강 벤젠 오염 사건 같은 환경오염과 하루 10여건씩 발생하는 탄광사고는 중국이 과연 세계적 지도력을 갖을 수 있는가에 대한 회의를 높이고 있다.

거리에서 만난 류잉티엔(劉永天, 56)씨는 "장쩌민보다 조금 잘 하지만 썩 잘하지 못하고 있다"며 "마오(毛)나 덩샤오팡(鄧小平)만큼의 카리스마를 기대하지는 않지만 분명한 색깔도 없다"고 말했다.

▲ 푸틴 고유가 특수

포퓰리즘 정책으로 지지율 70%

유코스사태 등 내부적 자유회는 요원

러시아의 푸틴호(號)는 올해 순항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정치 경제 외교에서 모두 무난한 성적을 거뒀다. 경제는 고유가 덕분에 활기를 이어갔다. 1998년 경제위기 이후 3년째 6% 이상의 고성장을 지속했다. 정크 수준이던 국가 신용등급은 안정적 수준으로 올라갔다.

외교에선 에너지를 축으로 패권과 실리를 앞세웠다. 동과 서, 중국과 유럽 등지로 뻗은 원유ㆍ가스 파이프라인을 따라 입지는 커졌다. 에너지 패권으로 구 소련 위성국들의 발을 묶는데도 어느 정도 성공했다. 한편으론 러시아를 옥죄어 오던 유럽과 미국의 동진을 막기 위한 외교에 주력했다.

중국 등과 상하이협력기구(SCO)란 지역안보협의체를 구성해, 중앙아시아에서 미국 영향력 확대에 제동을 걸었다. 비록 키르기스스탄에서 '튤립혁명'이 일어났지만 우즈베키스탄의 친러 정권은 대규모 시위를 견뎌냈다.

국내 정치에서 푸틴은 경제안정과 포퓰리즘 정책에 힘입어 70%대 지지율을 누렸다. 교육 보건 주택 분야 등 인기성 정책에 오일머니가 투입됐다. 이런 틈을 타 푸틴은 자신의 입지를 공고히 하는 수순을 밟아갔다. 정가 최대 이슈인 3선 연임에 대해 푸틴은 '포기'를 공식 선언했다. 하지만 2008년 5월 임기 종료 이후 후계구도의 판을 벌써 짜고 있다. 에너지 산업에 대한 통제강화가 퇴임 이후 대비책이란 시각도 있다.

내부적인 자유화는 더뎠다. 유코스 사태에서 보여준 석유기업 국영화 조치는 서방의 반발을 키웠다. 경제는 여전히 '올리가키'로 불리는 소수 신흥 재벌 손에 넘어가 있다. 막대한 석유 판매자금은 포퓰리즘 정책의 실탄으로 사용되면서 푸틴이 개혁을 외면하는 빌미가 됐다.

워싱턴=고태성특파원 tsgo@hk.co.kr베이징=송대수특파원 ds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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