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판
올해 출판계 최대행사는 한국이 주빈국이 돼 10월 치러진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이다. 준비 단계에서부터 예산 확보와 행사 안배 문제 등으로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첫 술’이라는 면에서는 무난하게 잘 치른 행사로도 볼 수 있다.
행사를 치르면서 배운 게 있다는 게 중요하다. 독일인들이 일본, 중국은 알아도 한국은 너무 모른다는 것이 하나, 한국문화를 널리 알리기 위해선 해야 할 일이 더 많다는 게 둘이다. 최근 ‘도서전 주빈국 문학행사 결산 간담회’에서 소설가 성석제씨는 “한국문학을 알리는데 앞으로 훨씬 더 많은 시간과 공을 들여야 할 것”이라며 “솔직히 우리 시대에는 무척 어려운 작업”이라고 말했다.
국내 출판시장은 예년처럼 처세나 경제ㆍ경영 서적이 강세였다. 경기 탓으로 출판시장이 계속 위축돼 인문ㆍ사회과학서적은 설 자리를 찾지 못할 지경이다. 댄 브라운과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은 올해 최대의 ‘대박’ 상품. 특히 코엘료는 교보문고가 집계한 베스트셀러 20위 목록에 3종이나 오를 정도로 대중적인 사랑을 받았다.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에 등장한 미하엘 엔데의 ‘모모’가 갑자기 30만 부 이상 팔려나간 것도 전에 없던 현상이다. TV 프로그램 내용을 편집한 책은 예전에도 있었지만 올해는 ‘스펀지’ ‘그 남자 그 여자’ ‘TV 동화 행복한 세상’ ‘위대한 밥상’ 등 베스트셀러가 유난히 많았다.
출판사나 출판유통업계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이제 거스르기엔 역부족이다. 유수한 단행본 출판사들은 해외 대형자본과 다양한 방식으로 합작하거나 협력하고, 전문성 있는 소규모 출판사들을 임프린트 방식으로 거느리면서 몸집을 불려가고 있다. 대형서점은 서울과 수도권, 지방 곳곳의 요지에서 확장일로에 있다. 연초 국회에 법안까지 제시됐던 완전정가제 도입은 내년으로 넘어 갔다.
▲ 문화재
최대 뉴스는 역시 국립중앙박물관의 개관이다. 세계 6위 규모의 매머드급 박물관이 10월28일 서울 용산에 문을 연지 44일 만에 관람객 100만 명을 돌파했다. 비슷한 시기 복원된 청계천과 더불어 서울 최대의 관광지로 떠오르면서 지방에서 관광버스를 대절해 올라오는 관람객도 많았다.
용산박물관 만큼은 아니지만, 경복궁 경내의 국립고궁박물관은 조선왕실전문박물관이라는 색깔을 앞세워 성공했다. 왕실의 화려하고 진귀한 보물이 눈길을 끌었고, 백자 달항아리전도 호평을 받았다.
숭례문이 국보 1호로 어울리지 않는다는 감사원의 지적으로 국보 1호 교체 논란이 일었다. 상징성과 무게로 볼 때, 훈민정음이나 팔만대장경 등이 국보 1호가 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고 유홍준 문화재청장도 교체를 검토한다고 했으나, 문화재위원회는 현행 유지로 결론을 내렸다. 유 청장은 앞서 박정희 대통령의 친필인 ‘광화문’ 현판의 교체를 거론, 문화재 과거청산 논란을 야기했다.
임진왜란 당시 함경도 길주의 의병장 정문부의 활동을 새긴 비석으로, 러ㆍ일전쟁 때 일본으로 반출돼 야스쿠니신사에 방치돼 있던 북관대첩비가 국립중앙박물관 개관에 맞춰 100년 만에 환국했다.
교과서를 새로 써야 할 정도의 발굴 성과는 올해 없었지만 그 중에서 경남 창녕 비봉리 신석기유적은 돋보였다. 5,000년 정도 된 작은 목선이 발굴됐고 동물 그림도 확인됐다.
4월 강원 양양 일대에서 일어난 산불이 낙산사를 뒤덮고 그 와중에 보물 479호 동종이 흔적도 없이 녹아 내림으로써 사찰 문화재 관리의 허술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 학술
어느 해보다도 학술 외적인 문제로 학자들이 우왕좌왕한 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른바 ‘뉴라이트’ 운동이 대표적이다. 현 정권을 ‘좌파’로 규정하는 세력을 배경으로 일군의 학자들이 모여 새로운 보수주의를 표방하는 모임을 만들었고, 이들은 진보성향의 학자들과 과거사 청산, 대북 문제 등 여러 정치ㆍ사회 현안에서 대립각을 형성했다.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며 탈민족주의를 지향하는 젊은 학자들의 연구와, 미래지향적인 동북아 역사만들기를 위해 일본 지식인들과 연대한 활동도 주목을 받았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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