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사설] 국정조율 이정도로 난맥이라니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사설] 국정조율 이정도로 난맥이라니

입력
2005.12.26 00:00
0 0

여당이 당론으로 발의해 여야합의로 국회를 통과한 경찰공무원법 개정안이 대통령 거부권 행사 논란에 휩싸였던 것은 정부여당의 국정 무능을 다각도로 노정시킨 또 하나의 경우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어제 국무총리와 논의를 거친 끝에 일단 법안을 공포하되 보완입법을 추진할 것을 지시했다지만 이는 문제를 더한 결정이다.

국회를 통과한 법안이라도 문제가 있을 때 이를 거부할 수 있는 것은 행정부의 권한이다. 헌법은 국회의 입법권과 함께 대통령 거부권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권한의 문제만이 아닐 것이다.

입법이 잘못됐으면 대통령은 당연히 공포를 거부하고 국회에 재의를 요청해야 한다는 규정이기도 할 것이다. 국회를 통과한 법안에 대해 대통령이 할 일은 공포를 통해 법을 성립시키거나 이를 거부해 국회 재의를 요청하는 것, 둘 중에 하나이다.

그런데도 노 대통령은 법 공포는 하면서 동시에 보완입법을 지시했다니, 이는 한 손으로 모순된 두 가지 일을 하는 편법을 대통령이 자행하는 처사이다. 법안은 다른 법령 체계와, 유사한 근무 조건의 다른 공무원과의 형평성에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고 한다. 또한 입법 과정에서 예산소요에 대한 적정한 검토를 거치지 않았던, 절차상의 하자가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법안은 당정 협의를 거친 것으로 돼 있다. 이제 와서 뒤늦게 문제가 발견되자 정부는 당에, 당은 정부에 책임을 서로 미루고 있다.

한마디로 당정이 모두 엉터리 법안임을 인정하는 셈인데, 이는 국민을 우롱하는 한심한 추태이다. 우리가 보기에 책임은 당과 정이 총체적으로 져야 할 문제이고, 문제가 뚜렷한 이상 대통령은 법 공포를 거부하는 것이 마땅했다.

법안 만이 엉터리가 아니라 국회나 대통령의 법률 행위도 역시 그렇다. 가장 무겁게 움직여야 할 헌법 기관들이 이 지경이면 누가 누구에게 법을 지킬 것을 요구할 수 있겠는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