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없는 국회가 열려 예산안 등 법안이 처리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제1야당이 불참한 가운데 여당이 예산안 처리 등을 주도하고, 새해 벽두부터 여야 강경대치가 벌어지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얘기다. 여야가 타협 없이 벌써 보름 째 마주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의 경우 “이대로는 물러설 수 없다”는 박근혜 대표의 의지가 너무 강하다. 예산은 통과시키고 보자는 ‘병행투쟁론’이 당내에 고개를 들고 있지만 박 대표의 의지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박 대표는 26일 “날치기 사학법을 단독 통과시키고 지금 와서 국회에 들어오라는 건 뭔가”라며 등원거부 방침을 재확인했다.
변수는 28일 의원총회다. 등원론이 다수 제기되면 당의 진로가 바뀔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로선 강경 투쟁론에 무게가 실린다. 한 관계자는 “의원들을 대상으로 무기명으로 의견을 물으면 병행 투쟁론이 많은데, 의원총회에서는 얘기가 안 나온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은 이날 결의문을 통해 “내년 예산안과 8ㆍ31 부동산종합대책 관련 입법, 이라크 파병연장 동의안 등 3개 법률안과 동의안을 반드시 연내에 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7일 정부가 국무회의에서 개정 사학법을 공포하고, 한나라당은 대구 장외 집회로 맞설 공산이 커졌다. 여당은 이어 28~30일 본회의 중 하루를 택해 예산안과 이라크 파병연장 동의안 등을 처리한 뒤 임시국회를 사실상 폐회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정국 경색은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다. 대결 수위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한나라당은 이 경우 장외집회를 지방중소 도시로까지 확대하겠다고 공언해 놓았다. 2월 임시국회가 정상 운영될지 장담하지 못할 만큼 대치가 장기화할 수도 있다.
물론 다른 시나리오가 전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있다. 한나라당이 28일 의총 등을 통해 예산안과 파병연장 동의안 처리를 위한 전격 등원을 결정하는 경우다. 이 경우 파병연장안에는 찬성하고, 예산안에는 반대 또는 기권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국정을 내팽개치지 않았다는 모양새만 갖추는 방안인 셈이다. 하지만 당내에 “김원기 국회의장이 사회를 보는 한 등원할 수 없다”는 의원들도 적지 않아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밖에 한나라당이 순전히 김 의장의 사회저지를 위해 본회의장에 들어갈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오지만, 예산안과 파병연장안 처리가 물 건너 가는 데 따른 엄청난 후유증을 여야 모두 아는 터라 현실성은 떨어진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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