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서 어두운 밤에 골프를 가장 잘하는 사람은 바로 접니다.” 한 맹인 골퍼가 지난달 홀인원을 기록하는 등 ‘실력’을 과시해 주목을 받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이스라엘 출신의 조하르 샤론(53). 25년전인 28세 때 공수부대 저격수로 근무중 화학물질이 얼굴을 덮으며 시력을 잃은 샤론은 2003년 이후로 스코틀랜드, 호주, 미국, 캐나다 등에서 열린 맹인 골프대회에서 줄줄이 우승을 차지한 맹인 골프계의 세계 최강자. 심지어 지난 11월 14일 이스라엘의 캐세라 골프클럽 15번홀(파3)에서 홀인원을 기록해 지역 신문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기도 했다. 세계적으로 맹인 골퍼는 현재 수 천명이 있으나 어느 정도 기본기를 갖춘 선수는 100여명에 불과하다.
샤론이 골프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4년 전이었다. 시력을 잃었을 때 그는 처음 미술에 도전해보고 물리치료사 일도 해봤으나 성공을 거두지 못했고 결국 이혼까지 당하는 아픔을 겪었다.
이후 변호사의 소개로 골프채를 잡고 2년간 구슬땀을 흘렸던 샤론은 ‘너무 어렵다’는 이유로 골프를 포기했다. 하지만 10년이 2001년 다시 골프채를 잡았고 몰입했다. 볼리비아 출신의 스포츠 심리학자인 리카르도 코르도바(66)를 코치 삼아 골프를 다시 시작한 샤론은 그와 함께 피나는 연습 끝에 어느 정도 기본기를 갖추게 됐다.
샤론은 “앞이 보이는 사람보다 골프를 즐긴다”며 “골프는 나에게 좋은 치료 법이며 골프를 치는 순간 만큼은 맹인이 아니기 위해 애쓴다”고 말했다.
박희정 기자 hj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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