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인 25일 새벽 1시20분께 강원 정선군 사북읍 강원랜드 호텔 3층 로비 바닥에 김모(54ㆍ여)씨가 쓰러져 있는 것을 종업원 등이 발견해 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졌다. 발견 당시 김씨 목에는 빨랫줄이 감겨 있었다. 경찰은 김씨가 게임으로 재산을 탕진한 것을 비관해 왔다는 주변 사람들의 진술로 미뤄 4층 카페테리아에서 목을 매 자살하려다 줄이 끊어지면서 3층 바닥에 떨어져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조사결과 김씨는 올들어 강원랜드를 190여 차례 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강원랜드가 2000년 10월 국내 유일의 내국인 출입 카지노로 개장한 이후 17번째 자살자다. 열흘 전에도 강원랜드 VIP객장(회원영업장)을 출입하던 중소기업 대표가 자살했다. 역시 100회 이상 강원랜드를 드나든 후였다.
자살을 부르는 도박 빚
10월 국정감사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1년 2명, 2002년 4명, 2003년 4명, 지난해 5명 등 지난해까지 모두 15명이 강원랜드 내에서 자살했다. 강원랜드를 나와 집 등에서 자살한 사람까지 합하면 그 수는 훨씬 많다는 게 수사기관의 설명이다.
이들의 자살 뒤에는 고리(高利)의 도박 빚이 있다. 강원랜드 주변에서 급전을 빌리면 이자가 일주일에 원금의 10%에 육박한다. 1,000만원을 빌릴 경우 이자만 한달에 400만원이 넘는 셈이다. 재산을 날린 사람들이 본전 욕심에 급전을 이용하고 이 돈을 찾기 위해 다시 돈을 빌리는 악순환을 반복한다. 더 이상 돈을 빌릴 수 없게 됐을 때는 이미 원금과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있기 마련이다.
강원랜드가 지난해 10월부터 일반영업장은 한달 중 20일, VIP객장은 15일로 1인당 카지노 출입 일수를 제한하고 있지만 제한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강원랜드 카지노 입구에는 오전 6시 폐장 이후에도 4시간 뒤 개장을 기다리며 적당히 새우잠을 청하는 사람들이 매일같이 목격된다.
공인 돈세탁 공장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거물브로커 윤상림씨는 일주일에 3~4 차례 강원랜드를 찾는 주요 고객이었다. 윤씨가 강원랜드에서 바꾼 1,000만원권 이상 수표만 100억원에 가깝다. 철도청(현 철도공사) 유전개발 의혹사건 특검팀도 전대월 전 하이앤드 대표가 강원랜드에서 1억여원을 세탁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들은 수표를 카지노에서 칩으로 바꾼 후 다시 칩을 강원랜드가 발행한 수표나 현금으로 바꿨다. 처음 수표를 칩으로 바꿀 때만 기록을 남기고 게임 후 칩을 수표, 현금으로 교환할 때에는 별도로 기록하지 않아 세탁이 쉬운 점을 이용한 것이다.
정ㆍ관계 인사들과 함께 출입하며 대신 게임비를 내 주는 것도 신종 로비 수법 중 하나다.
검찰 안팎에서는 “범죄의 온상이 돼 가고 있는 강원랜드에 대해 검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선=곽영승 기자 yskwak@hk.co.kr김지성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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