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27일 국무회의에 상정될 경찰공무원법 개정안에 대해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검토하고 있어 주목된다. 노무현 대통령은 26일 이해찬 총리와의 정례 오찬에서 각 부처 의견을 취합한 보고를 받고 거부권 행사 여부를 결심할 것으로 알려졌다.
8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원 입법안으로 통과된 경찰공무원법 개정안은 비간부급인 경사가 8년간 근무하면 간부급인 경사로 자동 승진할 수 있도록 했으며 하위직 경찰인 순경, 경장의 근속 승진 기간도 현행보다 1년씩 단축했다.
다수의 청와대 참모진들과 행정자치부, 기획예산처, 중앙인사위 등은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고 있다. 그러나 법 발의를 주도한 여당 의원들과 경찰들은 “거부권 행사를 하는 순간 경찰 식구들은 정부에 등을 돌릴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어 노 대통령도 선뜻 결론을 내리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거부권 행사론자들은 우선 개정안이 공포되면 매년 수 백억원의 예산이 추가로 들어가게 된다는 점을 지적한다. 정부 관계자는 “경찰의 자동 승진에 따라 매년 200억~300억원의 예산이 더 소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경찰 공무원과 승진 체계가 유사한 소방관이나 교정직 공무원 등과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도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법을 시행하면 소방관이나 교정직 공무원들이 동일한 요구를 해오면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한 경찰공무원법이 사학법과 함께 국회에서 급히 통과됐다는 점도 문제가 되고 있다. 충분한 당정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거부권 행사가 가져올 정치적 파장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 열린우리당이 주도해 통과시킨 법을 청와대가 거부할 경우 여권 내부에서 ‘당정 불협화음’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또 사학과 종교계 일부가 사학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요구하는 시점에서 노 대통령이 선별적으로 경찰공무원법 개정안에만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야당의 공세에 직면할 수도 있다. 하위직 경찰의 자동 근속 승진이 경찰 다수의 염원이라는 점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참여정부 들어 다섯 번째가 된다. 노 대통령은 2003년 7월22일 ‘대북송금 특검 연장 법안’, 11월25일 측근비리 의혹 특검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고, 2004년 3월23일에는 당시 고건 대통령 권한대행이 사면법 개정안과 거창사건 등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특별조치법에 대해 국회 재의를 요구했다.
김광덕 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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