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훈(사진) 폴크스바겐코리아 사장은 지난 8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언주로를 지나다 우연히 한 수입차 판매상(딜러)이 전시장 간판을 내리는 것을 보게 됐다. 평소 탐을 내고 있던 장소였던 터라 박 사장은 즉시 폴크스바겐 전시장 만들기를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그 딜러는 수입차 회사와의 계약이 끝나 업종 전환을 위해 철수하던 참이었다. 결국 박 사장은 12월1일 이곳을 폴크스바겐 전시장으로 바꿔 개장했다. 박 사장은 특히 이곳을 세계 최초로 폴크스바겐의 최고급 대형차인 ‘페이톤’과 고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투아렉’ 만을 판매하는 럭셔리 전용 매장으로 꾸몄다. 딜러 공모에서 심사, 선정, 교육, 인테리어까지 2년 가까이 걸릴 일을 단 4개월여만에 처리한 것이다.
수입차 업계에서 박 사장의 ‘스피드경영’이 화제다.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서 살아남으려면 무엇보다 빨리빨리 움직여야 한다는 게 박 사장의 철학이다. 폴크스바겐코리아가 1~11월 1,437대를 판매, 전년 동기 대비 67.9%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것도 박 사장의 스피드경영이 없었다면 힘들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그는 특히 신차 출시 속도면에서 둘째라면 서러울 정도다. 박 사장은 지난 4월 배기량 3,200㏄와 6,000㏄의 ‘페이톤’을 출시, 딱정벌레 차 ‘비틀’로만 알려졌던 폴크스바겐의 이미지를 확 바꾸었다. 페이톤은 현재 출고 대기 차량이 200대가 넘을 정도로 인기다. 9월에는 ‘투아렉’과 ‘골프’의 TDI 모델과 뉴비틀 마이애미를 내놓았고 10월에는 배기량 2,000㏄의 고급 중형차인 ‘파사트’를 3,790만원이란 매력적인 가격대에 출시했다. 내년에도 박 사장은 상반기 6종, 하반기 4종 등 모두 10가지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다. 그는 이 가운데 ‘작은 파사트’로 불리는 ‘제타’를 3,000만원대 초반의 파격적인 가격에 내놓겠다고 밝혔다.
박 사장은 “지금까지 수입차의 고객은 주로 돈이 많은 사람들이었지만, 앞으로는 자동차를 개성 표현의 수단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고객이 될 것”이라며 “이들에게 합리적인 가격대의 수입차를 제공함으로써 수입차의 벽을 허물어 유럽 최대 자동차 메이커인 폴크스바겐의 진면목을 보여주겠다”고 강조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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