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지평선] 엘튼 존의 동성 결혼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지평선] 엘튼 존의 동성 결혼

입력
2005.12.25 00:00
0 0

런던 남부의 휴양도시 브라이튼은 '동성애자의 수도’로 불린다. 주민 16만명 중 4만명이 동성애자다. 이 도시는 최근 인근의 웨스트민스터와 별난 신경전을 벌였다. ‘최초의 합법적 동성결혼식’이라는 기록을 차지하기 위해서다. 결국 모두 21일 오전 8시로 결혼식을 잡았다. 이날 브라이튼에서만 500여 쌍의, 전국에서는 1만여 쌍의, 동성애자가 백년가약을 맺었다. 동성애 커플에게 유산ㆍ세금ㆍ연금 등에서 일반 기혼자와 동등한 권리를 부여하는 ‘시민 동반자법’이 발효됐기 때문이다.

▦ 세계적인 팝 스타 엘튼 존(58)도 이날 영화제작자 데이비드 퍼니시(43)와 결혼식을 올렸다. 식장은 찰스 왕세자와 커밀라 볼스가 결혼했던 윈저 시청 강당. 그들은 결혼등기소 직원 앞에서 상대를 평생 반려로 맞이하겠다는 서약을 했다. 샤론 스톤 등 연예계ㆍ체육계 명사들이 참석했으나, 20분간 치러진 간략한 결혼식이었다. 결혼식은 조촐했으나, 700명의 하객을 초청한 결혼 파티는 최고급 샴페인이 대접되는 등 호화로웠다. 존은 동성 결혼식을 올린 모든 신혼부부에게 바치는 자신의 히트곡 ‘유어 송’을 불렀다.

▦ 존은 정상적 영국인이다. 기사 작위도 받았고, 지난해는 모교인 영국 왕립음악원에 약 20억원의 장학금도 기부했다. 에이즈환자 지원재단도 주도하고 있다. 그는 일찍이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깨닫고 이혼한 후 퍼니시와 동거해 왔다. 동성애는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운명적인 일이다. 국내에서는 근래 ‘동성애자 인권연대’가 조직되었으나 아직 목소리는 미약하다.

▦ 동성애는 인간에게만 유일한, 자연을 거스르는 취향도 아니다. 미국의 연구에 따르면 롱혼 양에게서도 발견된다. 숫양들은 생식능력 있는 암양의 등뒤로도 올라타지만 숫양에게도 올라간다. 이를 착오로 볼 수 없는 것은 80% 정도가 일관된 행동을 하기 때문이다. 성적 소수자인 동성애자는 부자연스런 사람 취급을 받으나, 자연스러운가 그렇지 않은가는 옳고 그름과 아무 관련이 없다. 국내에서도 최근 현직 판사가 동성결혼 허용 입법을 고려해야 한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생활 동반체’는 혼인과 다른 새로운 제도이므로 혼인과 경쟁관계에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인간의 결합 양식이 다양해지는 세상의 변화가 감지된다.

박래부 수석논설위원 parkrb@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