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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歲畵 풍속, 현대적 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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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歲畵 풍속, 현대적 복원

입력
2005.1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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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선조들은 설날 아침이면 집안 어른들을 찾아 세배를 드렸을 뿐 아니라 그림도 주고 받았다.

새해의 복을 기원하고 잡귀를 쫓는 내용이 담긴 이 런 그림을 세화(歲畵)라고 불렀다. 화풍으로 보아 민화(民畵)의 한 갈래다.

세화는 궁에서는 화원들이 그려 궐내 출입문이나 곳간에 붙이고 관리들에게 나누어주었으며 궐 밖에서는 사대부나 일반 서민, 무명화공이 제작해 퍼뜨렸다.

출입문에 그림이나 문자로 그려 붙인 용호 한 쌍의 ‘용호문배도(龍虎門排圖)’나 악귀를 쫓는 호랑이와 기쁜 소식의 전령인 까치가 사이 좋게 등장하는 ‘호작도(虎鵲圖)’가 대표적인 세화다.

거의 잊혀졌던 세화 풍속을 되새기고 전통미술의 풍부한 문화적 원천을 짚어보는 전시가 연말연시 문화예술 애호가들을 손짓한다.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이 29일부터 여는 ‘한국현대미술-세화견문록’전이다.

‘견문록’이라는 말이 암시하듯 전시는 세화 자체가 아닌 세화가 제공하는 독특한 상상력의 세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전시를 기획한 송인상 학예사는 “민화의 한 종류인 세화에는 작자를 밝히지않는 무명성과 순수하고 소박한 표현, 일상의 삶 속에 녹아 든 생활예술이자 독특한 주술적 상징성 등 우리 민족의 독특한 미의식이 잘 녹아있다”면서 “이를 현대의 작가들이 어떻게 해석했는지를 보는 재미가 남다를 것”이라고 추천했다.

모두 16명의 작가가 참가, 70여 점에 이르는 전시작은 설치 디자인 영상 사진 판화 등 현대미술의 전분야를 망라한다.

김근중은 조선시대 민화가 열린 사고를 바탕으로 제작됐다는 데서 출발, 모란도에다 만화에서 차용한 말 풍선까지 집어넣었다.

관객은 모란이 하는 소리를 마음껏 상상하면서 그림과의 대화라는 기묘한 체험에 빠진다. 박지나는 한지 위에 채색화 물감으로 전통과 오늘의 문화를 혼성한 새로운 이미지를 선보인다.

문짝이 두개 달린 냉장고를 갖고 싶어하는 현대인의 욕망을 시침 뚝 떼고 익살맞게 드러낸다.

홍지연은 신성한 만다라 도상으로 모란도를 재배치, 미술이 가진 제의적 성격을 기발하게 환기시킨다.

이밖에도 구성연 김태은 김현지 데비한 민균홍 서은애 서희화 안상수 오수환 이구용 임영길 홍경택 홍성담 등이 작품을 내놓았다.

이번 전시는 특히 유명 건축가 서혜림(힘마건축소장)씨가 전시디자인을 맡아 백색의 네모 반듯한 공간 대신 휘고 뒤틀린 벽면을 따라 관객이 문자도의 일부가 되는 듯한 입체적 체험을 제공한다.

전시는 2월12일까지(30일, 매월 마지막 주 월요일은 휴무) 계속되며, 매일 오후 2시에는 전시설명 프로그램이 마련돼있다.

관람료 일반 3,000원 초중고 2,000원.(02)580-1279

이성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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