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지구촌의 성탄표정도 어김없이 뒤숭숭했다. 영광은 저 높은 곳에서 아득했고, 지상은 반목과 갈등, 사고로 얼룩졌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교황 즉위 후 첫 성탄미사를 집전했다. 교황은 25일 자정,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성스러운 밤에 기쁨에 가득찬 사랑의 신비를 찬양하자”며 전세계에 축복의 메시지를 전했다.
교황은 그러나 하느님을 “힘없는(defenseless) 어린이”로 묘사하며 “모든 어린이, 심지어 태어나지 않는 생명에게도 성탄의 빛이 비춰져야 한다”고 말해 논란을 불렀다.
즉위 당시부터 보수적인 교리해석으로 비판 받았던 교황은 낙태에 대한 반대 입장을 재차 강조해 생명논란에 다시 불을 붙였다.
성 베드로 광장에는 예수 탄생을 상징하는 대형 말구유가 설치됐다. 교황은 “만연한 상업주의가 성탄의 종교적 의미를 오염시켰다”며 “가정에 자신들의 말구유를 설치할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유혈극은 멈추지 않았다. 스리랑카의 수도 콜롬보에서는 소수계인 타밀족 의원 1명이 교회의 성탄 미사 중 무장괴한들의 총격을 받아 사망했다.
태국 남부에서는 무슬림 마을의 촌장과 불교도 주민들이 이슬람 무장단체로 추정되는 괴한들에 의해 피살됐다.
브라질 상파울루 시내 중심가에서는 사제폭탄이 터져 15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일본에서는 혹한과 폭설로 6명이 숨지는 등 비극적 사고도 곳곳에서 이어졌다.
황유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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