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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윤리·양심 저버린 상아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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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윤리·양심 저버린 상아탑

입력
2005.1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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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의 전당인 대학에서도 윤리가 실종되어가고 있다.

황우석 교수의 논문 조작 파문은 연구와 교육에 있어서 윤리와 양심의 문제를 환기시켰다.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연구 논문이 희대의 사기극으로 판명되자 과학계는 물론 전 사회가 정신적 공황상태에 빠졌다. 도대체 줄기세포 연구에 있어서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던 학자의 자부심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그가 줄기세포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가 아닌가의 문제보다, 그에게 학자적 양심이 있는가 없는가의 문제가 더 중요한 사회적 이슈가 되어야 할 것이다.

학자의 양심은 무엇보다도 학자 자신의 문제이지만 그가 속해 있는 연구집단의 문제이기도 하다. 황 교수 논문 조작 건도 학문 공동체의 윤리 및 자율적 검증과 통제 시스템이 부재한 결과였다. 학문의 장이 제대로 자율적으로 작동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급기야 이 사건은 언론에 의해 그 전말이 폭로된 것이다.

●파벌의식·성과주의 만연 탓

비단 황 교수의 논문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양심과 시스템의 부재로 인한 연구 논문과 학위 논문의 문제는 우리 대학에 만연되어 있다. 이 문제에 관한 한 일류대와 삼류대를 가릴 것이 없다. 논문 심사를 두고 대필과 뇌물 등 불미스러운 일들도 흔히 발생한다.

그런데 이런 엉터리 사기 논문들이 계속 양산되고 있는 이유는 양심 불량 교수와 지도 학생들 간의 더러운 결탁 때문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학문적 범죄 때문에 마피아처럼 파벌로 뭉쳐져 있어 자신들을 향한 비판에 저항하며 집단 행동을 한다.

이러한 비이성적, 비윤리적 행동이 좀처럼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이유는 이를 묵인하는 동료 교수들간에도 침묵의 합의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방조적 침묵은 학내 문제로 시끄러워지는 것을 싫어하는 대학 교수들의 속성이기도 하다.

그러면 왜 연구 논문과 학위 논문에 있어서 학문의 윤리가 실종되고 있는가.

첫째, 지나친 성과주의이다. 각 대학마다 교수가 처한 연구 여건에 관계없이 가시적, 단기적 업적을 양산해 내야 하는 대학의 연구 독려 정책이 문제이다. 지나치게 업적주의를 강조하면 할수록 학자적 양심이 결여된 불량품이 나올 가능성은 그만큼 크다.

전 대학의 교수들에게 논문 쓰기를 강요한다고 해서 세계적인 논문이 쏟아져 나오는 것은 아니다. 부풀리기, 짜깁기, 표절, 대필 등 불량 논문들이 나올 수밖에 없다. 연구 중심 대학과 교육 중심 대학으로 구분하여 각각 그에 맞는 성과를 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 대학 내, 학과 내 만연한 파벌의식이다. 흔히 이 경우 교수와 학생은 이해타산적이고 권위주의적인 관계로 맺어 있다. 교수는 논문 지도를 무기로 삼고, 자신의 연구뿐만 아니라 지도 학생들의 재정적 지원 때문에 학내외적으로 소위 정치행위를 해야 하고, 그 밑에 주종관계에 놓인 학생들은 생존을 위한 맹목적 충성을 하면서 학내 파벌이 형성된다.

문제는 그 파벌이 학파가 아닌 마피아 같기 때문에 조직의 안위를 위해 연구 양심과 교육 윤리를 무시하게 된다는 데에 있다. 그래서 심지어는 경쟁 교수나 비판적 교수를 음해하는 데에 지도 학생들이 조직 폭력배의 행동대원처럼 나서는 것은 대학내에서는 심심치 않게 목격되는 일이기도 한다.

●논문심사 투명성 강화해야

셋째, 비합리적이고 불투명한 학위 논문 시스템이다. 사기 논문이나 함량 미달의 논문이 통과될 수 있는 현재의 지도교수 논문 제도가 문제다. 외부 심사위원의 참여 비중을 강화시켜 논문 심사의 객관성과 투명성을 제고하여야 한다. 그래야만 고질적인 논문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고 논문의 질적 향상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황 교수 사건은 대학의 윤리 실종에 경종을 울리는 사건이다. 대학 체계를 점더 합리적이고 투명한 시스템으로 전환시켜, 현재 발생하고 있는 연구와 교육의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

현택수 고려대 인문사회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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