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광복 60주년을 맞는 해이다. 문화의 뿌리인 출판계에서도 을유문화사, 현암사 등이 60주년을 맞이하였고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의 주빈국이 되기도 한 뜻 깊은 해였다.
전통적으로 동양에서는 60년을 맞이하면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는 풍습이 있다. 그리하여 지나온 과거를 돌아보고 더 나은 미래를 모색하였던 것이다.
1960년 한국출판문화상으로 시작한 본 상이 97년 이후 사용한 ‘한국백상출판문화상’이라는 이름에서 원래의 이름으로 돌아가는 뜻도 명실공히 한국을 대표하는 도서 및 출판의 향연과 축제를 지향하기 때문일 것이다.
2005년은 출판계의 양극화가 뚜렷하게 진행된 해였다. 그런 과정에서 실용서와 학습서만 중시하는 경향이 더욱 커진 것은 문화의 다양성을 생각할 때 우려할 만하다.
본격적인 연구서나 인문적인 교양서의 입지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향후 출판계는 물론 정부와 민간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게 대책을 논의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예심과 본심에 참여한 심사위원들은 본 ‘한국출판문화상’의 심사와 선정이 그에 대한 발언으로도 이해되기를 바라고 있다.
위축된 도서시장의 현황을 반영하듯 출품종수는 지난해에 비해 상당히 줄었다. 그런 가운데 출품작과 심사에서 보이는 흐름을 정리한다면 다음과 같다.
첫째, 식민지 시대에 대한 본격적인 재검토이다. 지난해에 두드러졌던 ‘근대’에 대한 관심의 연장선이면서, 광복 60주년을 맞이한 한국 사회에 대한 근본적인 반성일 것이라 생각된다.
둘째, 분야와 주제가 다양해졌다는 점이다. 이슬람 세계와 마야 문명에 대한 논의도 있었고 경영서도 교양에 포함되었다.
셋째, 원로 필자의 활약상이 주목되었다. 학술 부문에서 김용준(이하 존칭 생략)과 한영우의 업적, 교양 부문에서 리영희와 정수일의 책이 그러하다.
넷째, 사진이나 이미지를 주축으로 한 다양한 편집과 대담이나 에세이식의 전기라는 새로운 형식의 시도가 돋보였다.
다섯째, 인문학의 기본적이지만 방대한 텍스트들이 번역되었다. 중국의 설화집 ‘태평광기’, 엘리아데의 ‘세계종교사상사’, ‘니체 전집’이 그런 사례이다.
본심에서는 먼저 학술 부문에서 ‘조선왕조 의궤’라는 묵직한 성과를 선택했고, 교양 부문에서 한국 사회의 현안을 대화 형식으로 풀어낸 ‘쾌도난마 한국경제’를 선택하였다.
또한 과학서의 중요성을 감안하여 ‘우주의 구조’를 ‘세계종교사상사’와 함께 번역에서 공동으로 선정하였다. 편집에서는 별다른 이의 없이 ‘니체 전집’이 선정되었다.
그리고 어린이와 청소년부문은 양자의 이질성과 포괄성을 감안해 두 종을 선택하였다.
끝으로 과학 부문을 독립시킬 필요성, 편집 부문을 기획과 디자인의 두 분야로 나누는 문제, 어린이와 청소년 부문을 별도로 분리하고 분야를 세분화할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심사과정에서 나왔음을 밝혀 둔다.
이동철 용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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