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적인 출판불황의 여파로 교양부문 도서의 경우 전년에 비해 기대치에 못 미치는 면이 없지 않았다.
물론, 이것은 성과가 없다는 뜻이 아니라, 양적인 면에서 내린 평가이다.
뒤집어 표현하면, 어려운 상황에서도 일군의 저자와 출판사가 우리 사회의 지적 성숙을 위해 부단히 애 써왔다는 것이고, 그 결과가 바로 이 상의 예심을 통과한 저서들이다.
각별히 올해 독자들에게 벼락처럼 내린 축복은, 리영희와 신영복이라는 우리시대의 정신적 스승들의 책을 만날 수 있었다는 점이다.
광기와 우상이 판치는 역사의 한복판을 온몸을 헤쳐나오는 가운데 영글어진 그들의 사상은 새로운 세대에게도 높은 설득력과 감동을 줄 것이 분명하다.
이 같은 상찬을 전제로 하고 있음에도 심사위원들은 두 작품을 수상도서에서 제외하자는 데 합의했다.
그 이유는, 이미 확고한 독자층을 확보하고 독서시장에서도 뜨거운 반응을 얻은지라 가능하면 젊은 세대의 필자에게 수상의 영광을 돌리고자 했던 것이다.
‘쾌도난마 한국경제’는 논쟁적인 책이다. 하지만 이 책의 가치가 논쟁 유발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현실에 대한 진단과 대안 제시에도 충실하다.
도대체 우리 경제와 삶의 조건이 왜 이토록 열악해졌는가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는데다, 우리 사회가 어떻게 이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가를 설득력 있게 제시하고 있다는 뜻이다.
책의 제목은 분명 과장일 터다. 우리 경제의 난맥상을 어찌 쾌도난마식으로 해결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그 자신감 넘치는 주장은 우리 시대 교양인들이 지적 화두로 삼을만하다. 저자들의 지속적인 정진을 기대한다.
이권우 도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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