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교수가 서울대 조사위원회의 중간조사결과 발표를 하루 앞둔 22일 오후 검찰 수사를 전격 요청한 데 대해 비난이 일고 있다.
서울대 조사위의 정명희 위원장은 “조사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검찰에 수사를 요청한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면서 “그러나 조사위 차원에서 따로 대응하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과학계의 시선도 곱지 않다. 서울대의 한 교수는 “피조사자로서도, 또 과학자로서도 매우 적절치 못한 행동이다. 몹시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한 생명공학자는 “말할 가치도 없다. 말이 되는 일을 해야 코멘트를 할 것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황 교수측 대리인인 문형식 변호사는 굳이 이날 수사를 요청한 이유에 대해 “(줄기세포 바꿔치기는) 과학적 검증의 영역이 아니라 범죄 행위”라면서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지는 게 가장 빠르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대 조사위가 논문의 조작 문제뿐 아니라, 줄기세포 및 원천기술 보유 여부 등 황 교수팀 연구 전반에 대해 광범위한 조사를 벌이고 있는 만큼 수사를 요청하더라도 조사 결과를 지켜본 뒤 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와 관련, 조사위에 출석했던 한 인사는 “조사위원들이 이미 많은 부분을 파악하고 있고 모든 의혹을 철저히 밝히겠다는 의지도 매우 강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중간조사결과가 불리하게 나올 것에 대비한 ‘물타기 작전’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황 교수는 16일 기자회견에서도 “줄기세포를 바꿔치기 당했다”는 새로운 쟁점을 꺼내 이번 파문의 본질인 논문 조작에 대한 책임을 슬쩍 피해갔다.
이번에도 줄기세포 및 원천기술 보유 여부까지는 아니어도 논문 조작의 전모가 드러날 것으로 보이는 서울대 조사위의 중간조사 결과 발표를 무력화하려는 시도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검찰은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황희철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는 “원칙에 따라 수사에 착수할 계획”이라면서도 “일단 서울대의 중간 조사 결과를 본 뒤 수사방향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정상명 검찰총장도 “이번 사건은 과학계에서 먼저 시시비비를 가리고, 검찰 수사는 마지막”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따라서 본격적인 수사는 서울대 조사가 끝나는 내년 초 이후가 될 전망이다.
이희정 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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