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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민도 나라따라 희비/ '해상호텔-추위속 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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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민도 나라따라 희비/ '해상호텔-추위속 노숙'

입력
2005.1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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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트리나 피해 美 뉴올리언스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뉴올리언스의 집을 떠난 미국 이재민 수천명이 미 연방정부가 제공한 호텔식 크루즈 유람선에서 룸서비스를 시키면서 생활하고 있다고 MSNBC 인터넷판이 22일 보도했다.

이 방송은 유람선에 수용된 이재민은 내년 3월초까지 하루 숙박비 249달러짜리 '해상 호텔'에 숙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미 연방재난관리청(FEMA)은 이재민 수용을 위해 카니발크루즈라인의 유람선 3척을 6개월간 임대하는데 2억3,600만 달러를 썼다.

5,370명이 혜택을 누리고 있어 4인 가족 기준으로 6개월간 17만5,000달러를 쓰는 셈이다. 이들은 유람선에서 룸서비스 등 호텔 서비스를 받으며 호사를 누리고 있다.

미시시피주 웨이브랜드에서 물난리를 피해 유람선 '홀리데이'에 오른 에드나 섬머즈는 "청소도 요리도 모두 호텔처럼 서비스 받으면서 여기서 고졸 검정고시 준비까지 하고 있다"며 "내 능력으로는 이런 경험을 꿈꾸지도 못했을 것"이라며 만족한 표정이다.

미 의회가 카트리나 피해 복구를 위해 배정된 예산은 620억 달러. 이 중 이재민 등 피해자에 대한 직접 구호에 44억 달러, 임시 주거지 마련에 31억 달러, 피해시설 복구에 67억 달러가 사용되는 등 대규모 예산이 투입된 덕분에 집을 잃은 이재민들도 호텔과 임대주택 트레일러 등에서 성탄절을 맞게 된다.

FEMA가 이동식주택차량 4만대를 제공해 루이지애나주와 미시시피주에 조성한 트레일러촌은 '휴양지(pleasure resort)'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트레일러촌에 사는 7만 명의 이재민은 FEMA에 집세를 낼 필요도 없고, 전기 물 가스도 공짜로 쓴다. FEMA는 트레일러 당 평균 1만4,000달러, 최대 4만 달러를 들이고 있다.

다만 뉴올리언스는 4개월 가까이 지났지만 과거의 영화를 되찾지 못하고 있다. 전기와 가스공급은 50~60% 정도만 복구됐고 도시재건을 위한 기본계획이 확정되지 않아 복구가 늦어지면서 주택 문제는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카트리나 이전 46만 명이 살았으나 그중 4분의3은 아직 돌아오지 않아 밤이면 '유령의 도시'로 변한다.

■ 쓰나미·강진 印尼와 파키스탄

1년 전 쓰나미(지진해일)로 50여만 명이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인도네시아 아체주에는 아직도 한숨만 흐른다. 쓰나미로 순식간에 남아시아 11개국에서 23만여 명이 희생된 가운데 가장 피해가 컸던 아체주는 좌절도 큰 만큼 복구의 속도도 가장 더디다.

아체주에서만 16만 명 이상이 사망하거나 실종됐고 가옥 15만 채가 부서졌다. 1년이나 걸려 겨우 물이 빠져나간 해변은 쓰레기만 뒤덮인 거대한 늪지대로 변해버렸다.

아체주의 복구율은 약 10%. 15만 채가 부서졌지만 겨우 1만6,000채만이 새로 들어섰을 뿐이다. 나머지는 정부나 구호단체가 마련해준 임시거처에서 하루하루를 이어가는 난민 처지로 전락했다.

아체주 주도 반다아체를 중심으로 조성된 난민촌. 알루미늄이나 통나무 뼈대에 양철과 판자를 씌워 만든 ‘바락’이나 텐트를 얻은 이들은 정부와 구호단체가 보내주는 구호품에 의지해 하루하루를 연명하면서도 이 임시거처를 박차고 나가고 싶을 때도 많다.

지하수 오염으로 식수는 물론 생활용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 아이들이 피부병에 시달리는 등 식수 오염으로 인한 전염병을 구호단체 관계자들은 우려하고 있다.

더욱이 난민의 상당수는 쓰나미가 남긴 정신적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갑작스럽게 가족과 일자리를 잃어버리고 삶의 의욕을 상실한 채 무기력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을 뿐이다.

10월 8일 리히터규모 7.6의 강진에 일격을 당한 파키스탄 북부 카슈미르 산악지역 이재민들은 이젠 영하 20도까지 떨어지는 겨울 추위 때문에 생존을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집은 물론 도로마저 땅이 삼켜버려 구호헬기와 산악구조요원 이외에는 접근이 불가능해, 구호는커녕 무너져버린 집의 잔해더미조차 치우지 못하고 있다.

파키스탄에서는 지진으로 8만 여명이 숨지고 350만 명이 거리로 나앉았다. 하지만 구호단체들도 상당수 빠져나갔고 계속되는 여진과 잦은 산사태로 고산 지역에는 구호물품조차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

구호단체와 정부가 텐트 35만개를 공급했으나 그나마 여름용 텐트이고 60만 명은 노천생활을 하고 있어, 이재민들은 겨울 추위에 속수무책이다. 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벌써 감기 폐렴 저체온증 등으로 노약자와 어린이 수십명이 숨졌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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