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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세번째 해 넘기는 北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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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세번째 해 넘기는 北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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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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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10월 북한이 고농축 우라늄(HEU) 핵 개발을 ‘시인했다’는 미국의 주장으로 재발한 2차 북 핵 위기가 3년을 넘기고 있다. 1993~94년의 1차 북 핵 위기의 연장선상에서 보면 북 핵 문제는 10년 이상 장기화하고 있는 한반도 문제이다.

지난 2월 10일 북한의 ‘핵 보유 및 6자 회담 불참 선언’으로 촉발된 ‘한반도 6월 위기설’은 ‘6ㆍ17 정동영_김정일 면담’과 ‘9ㆍ19 공동성명’ 채택으로 한 고비를 넘기게 됐다. 공동성명은 북 핵 해결의 원칙과 방향을 제시했을 뿐만 아니라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과 동북아 다자 안보 협력을 모색하는 등 한반도 냉전 구조 해체를 위한 기본틀을 제시한 ‘말 대 말’의 공약이다.

다자 안전 보장과 핵 포기를 교환한 공동성명에 따라 5차 6자 회담에서 북한의 핵포기를 향한 구체적 절차를 논의하려 했다. 하지만 선(先) 핵 포기를 요구하는 미국과 경수로 제공을 핵 포기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는 북한의 입장 차이, 미국의 북한에 대한 위폐 제조 의혹 제기와 금융 제재 등으로 6자 회담은 진전을 보지 못하고 해를 넘기게 됐다.

‘선군정치’를 하고 있는 북한 내부의 강경 기류와 미국 네오콘의 입장을 대변하는 강경파가 맞서 공동성명 이후 북 핵 문제는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강경파 맞서 협상 교착 상태

지금까지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정책은 대량살상무기(WMD) 비확산, 북한 위협론 유지 하에 미사일방어(MD) 체제 구축, 북한 정권 교체 등 3가지 의도에 따라 이를 동시에 추진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처럼 북한 핵 문제에 대한 미국의 의도가 무엇인지 분명치 않음에 따라 북한의 대미 불신은 여전하고, 북 핵 해법을 둘러싸고 한미 간 이견이 노출되기도 했다.

지난 20일 북한은 조선중앙통신 상보(詳報)를 통해 미국이 주권 인정과 평화 공존을 공약한 공동성명을 채택한 이후에도 인권ㆍ화폐위조ㆍ미사일ㆍ마약밀매 문제 등을 증폭시켜 압력을 가하는 등 “대조선 압살 기도가 조금도 변함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국제사회는 ‘9ㆍ19 공동성명’을 통해서 다자 안전 보장을 약속하고 공을 북한으로 넘긴 뒤 관망하는 정체 국면으로 들어갔다. 이제 국제구조를 움직이려면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 복귀 선언 등과 같은 ‘주동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북한이 신뢰를 내세우면서 ‘선 경수로 제공 후 NPT 복귀’를 주장하는 것은 북ㆍ미 제네바 기본 합의 이후 상호 불신 때문이다.

그러나 4차 6자 회담 공동성명은 합의 이행 과정에서 불이행의 책임을 상대방에 전가하고 상호 불신해도 중재가 어려운 양자 합의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6자 회담은 북미 양자 협상의 결과를 나머지 4자가 합의를 보증하고 이행을 지원할 수 있는 다자협의체다.

따라서 북한도 선 핵 포기를 ‘굴복’이나 ‘무장 해제’로 인식하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선 핵 폐기를 실현하여 국제사회의 신뢰를 받고 이를 기초로 경수로를 제공받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북한 지도부의 발상의 전환이 해결의 지름길이 될 것이다.

북 핵 문제는 한국전쟁 이후 북미 간 적대 관계의 산물로 역사적ㆍ구조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 10여 년 이상 끌어온 북 핵 문제를 단기간의 협상으로 풀기는 어려울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한 기본틀을 새롭게 짜는 데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北, 마지막 기회 놓치지 말아야

시간은 걸리겠지만 4차 6자 회담 공동성명에서 확인한 ‘말 대 말’의 공약을 ‘행동 대 행동’ 원칙에 따라 실행 로드맵으로 만들려면 관련 국가들 사이의 고위급 정치 대화가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북한은 이번 기회가 국제사회의 일원이 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점을 인식하고 제네바 합의 이후 ‘잃어버린 10년’을 만회하기 위해 국제사회의 신뢰를 회복해야 할 것이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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