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은 23일 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가 논문을 조작했다는 사실이 확인되자 또 다시 충격에 빠졌다. 그 동안 언론보도와 관계자들의 증언을 통해 어느 정도 예상했던 결과였지만 “혹시나”하는 기대마저 무너지자 배신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우리나라가 기술선진국이 됐다는 자부심이 단번에 무너지면서 가진 것을 모두 잃어버린 것 같은 허탈감을 느낀 사람도 많았다.
주부 안정희(49)씨는 “먼 친척 중에 척수마비 환자가 있어서 그래도 마지막 희망이라고 생각하고 황 교수를 끝까지 믿었다”며 “우리나라 최고 과학자라는 명성에 속아 완전히 바보가 된 느낌”이라고 말했다. 회사 동료들과 모여 서울대 조사위원회의 기자회견을 지켜봤다는 직장인 김영서(31)씨는 “많은 동료들이 ‘한국사람 주제에 뭔 세계적 과학자냐. 한국사람이 다 그렇고 그렇지’라며 점심시간 내내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고 회사의 분위기를 전했다.
몇 남아 있지 황 교수 지지자들은 현재의 상황이 혼란 그 자체였다. 황 교수의 고향인 충남 부여군 주민들은 특히 그랬다. 이기훈(48)씨는 “‘황우석 박사 지키기 결의대회’까지 열었는데 이렇게 돼 뭐라고 말을 못하겠다”며 “조사결과를 믿고 싶지 않은 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간단히 말한 뒤 입을 닫았다.
황 교수의 실험실이 있는 충남 홍성군의 황 교수팀 돼지농장 소유주 최정식(49)씨는 “안타깝다”며 “황 교수팀과의 관계 지속여부 등에 대해서는 시간을 두고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황 교수의 연구에 도움을 주기 위해 연구ㆍ치료목적의 난자기증 신청을 받아 온 난자기증재단도 “향후 조사위의 발표를 보겠다.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계속돼야 하기 때문에 재단의 활동이 중단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일부 네티즌들은 찬반으로 나뉘어 “사기꾼 황 교수를 당장 출국시켜라” “황 교수를 죽이려는 서울대와 언론의 음해다”라며 날을 세웠다. 특히 인터넷 카페 ‘아이러브 황우석’ 회원들은 여전히 황 교수를 지지하는 입장을 견지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네티즌은 차분한 대응을 주문했다.
이제 황 교수 논란을 잊고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네티즌 1004stay는 “황 교수가 논문 조작에 따른 처벌을 받아야 하겠지만 다른 연구자도 많기 때문에 이 분야의 연구는 계속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전=허택회thheo@hk.co.k 기자 @hk.co.kr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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