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이 날조됐다고 그러는데 나는 떳떳하다. 사필귀정이 될 것이다.” 황우석 교수가 19일 조선일보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한 말이다. 논문 조작은 23일 서울대의 공식 발표 전 이미 상당부분 사실로 드러났는데, 그는 도대체 무엇을 믿고 떳떳하다고 했던 것일까.
황 교수는 이날 교수직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뒤늦게 “국민들께 말할 수 없는 충격과 실망을 안겨드린 데 대해 진심으로 사죄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난자의혹이 불거진 이후 논문 조작이 드러나기까지 숱한 거짓말과 말 바꾸기, 책임회피 발언으로 ‘황우석 신화’에 열광했던 많은 국민들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를 안겼다. 그는 22일 자신의 논문조작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이 단지 줄기세포가 바뀌었다는 내용의 수사요청서를 검찰에 제출해 서울대조사위원회는 물론 과학계의 비난을 받았다.
황 교수는 16일 기자회견에서 논문의 사진 부풀리기 의혹 등을 “인위적 실수”라고 말했다. 또 “(줄기세포가) 11개가 아니고 1개면 어떻습니까, 3개면 어떻습니까, 1년 뒤에 논문이 나오면 또 어떻습니까” 등 과학자라면 입에 담을 수 없는 ‘비과학적’ 인 말까지 쏟아냈다. 그러나 서울대 조사위는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고의적 조작”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오염사고 이후 논문 제출 전까지 6개의 줄기세포를 추가로 수립했고, 논문 제출 후 3개를 더 만들었다는 것도 모두 거짓말로 밝혀졌다. 인터넷에는 벌써 ‘인위적 실수는 조작의 동의어’라는 등 한 네티즌이 만든 ‘황우석 용어사전’이 등장했다.
난자 의혹을 시인하기까지의 과정도 거짓말의 연속이었다. 황 교수는 지난해 5월 네이처가 연구원 난자 사용 의혹을 제기한 이후 줄곧 “절대 그런 일이 없다”고 부인해오다 PD수첩 방송 이후에야 연구원 난자와 매매난자가 쓰인 사실을 실토했다. 그는 11월 24일 해명 기자회견에서 “이런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주장했지만, 연구원 난자 기증이 사실상 강요에 의한 것이라는 증언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2004년, 2005년 논문 연구에 각각 242개, 185개의 난자를 사용했다는 주장도 서울대 조사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15일 우여곡절 끝에 방송된 PD수첩 2탄에서는 황 교수의 끝없는 말 바꾸기가 여실히 드러났다. 그는 “11개 테라토마가 모두 만들어졌다”고 했으나 미즈메디병원에서는 2개만 한 것으로 확인되자 “나머지는 서울대 김모 교수가 했다”고 했다가 다시 “우리 학과 가건물에서 검증했다”고 말을 바꿨다. 이 역시 거짓말이었다. 이 때문에 “황 교수가 숱하게 거짓말을 해왔다는 점은 일관성이 있는 셈”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돌고 있다.
논문 조작이 사실로 확인되면서 현란한 ‘황우석 어록’ 을 되돌아 보게 된다. “줄기세포 쓰나미가 몰아칠 것이다.” 2005년 6월 영국 윌머트 박사와의 루게릭 공동연구 계획을 발표하면서 파급효과를 강조하기 위해 한 이 말은, 정반대의 의미로 현실이 됐다. “세계 생명공학의 고지에 태극기를 꽂고 온 기분”(2004년 논문 발표 후 귀국회견), “안방에 들어가는 문에 너무 큰 자물쇠가 잠겨있었는데 2004년에 대문을 열었고 이번에 4개의 문을 한꺼번에 열었다. 이제 사립문만 남았다”(2005년 논문 발표 후 귀국회견) 등 참으로 화려한 수사였다.
이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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