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황우석 교수팀이 올해 사이언스지에 발표한 ‘맞춤형 줄기세포’ 논문이 완전 조작된 것으로 공식 확인됐다. 서울대 조사위는 논문에 보고된 11개 줄기세포 가운데 논문 제출 당시 존재했던 것은 2ㆍ3번뿐이라고 밝혔다. 또 2ㆍ3번 세포가 맞춤형 줄기세포인지, 체세포 복제배아 줄기세포이기나 한 것인지는 DNA 검사를 통해 조만간 가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난치병 치료의 중요한 관문을 통과했다는 황 교수의 말에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환자 등록까지 마친 사람들과 그 가족에게 이보다 더한 충격이 있을 수 없다. 잇따라 제기된 의혹을 통해 어느 정도 짐작은 했겠지만 막상 논문 조작이 공식 확인되는 순간의 충격은 이루 다 헤아리기 어렵다.
반면 일련의 논란을 주의 깊게 지켜본 사람들에게는 조사위의 발표를 통해 중요 관심사에서 새로 알게 된 사실은 없을 듯하다.
조사위는 논문의 고의적 조작을 확언했지만 이는 황 교수가 이미 ‘인위적 실수’라는 교묘한 말로 실토했다. 또한 황 교수가 논문은 그렇더라도 맞춤형 줄기세포 기술의 확보 여부는 냉동보관 중이던 5개 세포를 검증해보면 알 수 있다고 주장한 순간 2,3번 세포주가 맞춤형 줄기세포일 가능성도 거의 사라졌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관심은 도대체 맞춤형 줄기세포 기술이 어느 단계인지, 지난해 ‘체세포 복제배아 줄기세포 추출ㆍ배양’ 자체는 사실인지에 집중돼 있다.
이런 관심에 비춘다면 서울대 조사위의 움직임은 더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의혹에 휘말린 과학적 연구가 대상이고, 조사 결과가 재차 의혹을 낳아서는 안 되기 때문에 어차피 돌다리를 두드리듯 해야 하고, 과학적 진위 판단도 명쾌하게 표현돼야 한다. 이런 점에서 조사위의 첫 발표는 믿음직스러웠고, 앞으로 나올 발표의 신뢰성을 높였다.
우리는 앞으로 드러날 진상을 대하기에 앞서 국민 모두가 더욱 단단히 마음의 준비를 하고, 정확히 옥석을 가리려는 자세를 잃지 않았으면 한다. 그나마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아니더라도 낙담하지 말자.
그 수준이 어떻든, 분명하게 밝혀질 줄기세포 연구의 현주소에서 출발해 착실하게 장점을 북돋우고, 단점을 기워 나가자. 그런 다짐은 세계적 논란에 휘말린 한국 과학을 재건하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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