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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리포트 예뻐지고 싶은 남자들/ (下) 명품이 좋은 나는야 '옷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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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리포트 예뻐지고 싶은 남자들/ (下) 명품이 좋은 나는야 '옷짱'

입력
2005.1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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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기업 S사에 다니는 2년차 직장인 K(31)씨는 한 번 외출할 때마다 1,600만원 상당의 의상과 장신구로 치장한다. 30만원짜리 프라다 선글라스에서 시작해 구치 양복과 구두가 각각 200만원과 35만원, 에르메스 넥타이와 페라가모 벨트가 각각 20만원, 카르티에 목걸이가 300만원이다.

큰 맘 먹고 피아제에서 구입한 시계는 무려 1,000만원이나 한다. 남자가 무슨 멋을 그리 부리냐는 시선을 의식할 법도 하지만 그는 오히려 “경쟁사회에서 남들에게 뒤지지 않겠다는 게 뭐가 나쁘냐”고 반문한다. 그는 “옷이나 물건을 남들한테 보여주고 자랑하고 싶은 것은 남자도 마찬가지”라며 “외견상 큰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자신감과 만족감을 주는 명품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의상은 제2의 명함”

일부 부유층과 허영기 많은 여성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명품 애호현상이 우리 주변의 평범한 남성들에게까지 확산되고 있다. 전문 디자이너를 무색케 할 정도로 명품 브랜드와 스타일을 줄줄이 꿰고 있는 이들은 ‘의상은 제2의 명함’이라는 인식으로 패션을 생활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유행과 트렌드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중산층 출신의 외국계 자동차회사 딜러 김모(31)씨는 평균 1,000만원 상당의 의상과 장신구를 두르고 다닌다. 300만원짜리 아르마니 양복, 티파니 손목시계와 반지는 각각 100만원과 200만원, 베르사체 구두가 100만원, 불가리 안경과 루이뷔통 가방이 100만원씩이다. 에메랄드 보석이 박힌 100만원짜리 몽블랑 펜도 빼놓지 않는다. “대중화한 명품은 더 이상 명품이 아니죠. 소량 생산해 소장가치가 높은 명품을 사는 편이에요.” 김씨는 “남자들의 경우 비즈니스의 특성상 펜이나 시계, 안경 등 패션잡화 쪽에 더 신경을 쓴다”며 “여자들보다는 명품족이 상대적으로 적다 보니 명품 사용에 대한 만족도도 높다”고 말했다.

서울 모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하는 대학생 박모(22)씨는 집안 형편은 넉넉치 않지만 아르바이트로 돈을 모으는 대로 명품을 구입한다. 아르마니 익스체인지나 돌체&가바나의 옷을 입고 다니며 바지 앞과 뒤의 주머니를 연결하는 체인, 쇠구슬로 된 귀고리를 한다. 향수는 불가리를 애용한다.

장교로 복무 중인 정모(29)씨도 200만원 내외의 급여를 모두 옷과 장신구 구입에 쓰는 ‘명품 매니아’. 사복은 별로 입을 일이 없는 그이지만 양복과 셔츠는 독일제 명품 휴고보스만 고집하고, 양복에는 안주머니에 지갑을 넣었을 때 옷이 불룩하게 보이지 않도록 지폐만 따로 꽂는 12만원짜리 머니클립을 달고 다닌다. 버버리를 좋아하지만 체크무늬는 촌스러워 입지 않는다. 외관상 브랜드가 확연히 드러나기 때문. “명품은 디자인부터 확실히 달라요. 양복도 허리선을 제대로 넣어주니까 라인이 살고, 바지도 입으면 다리가 길어보이거든요.”

“명품이 오히려 실속”

이들도 고가의 명품 구입비용이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K씨는 “다양한 브랜드의 수입패션을 모아놓은 멀티숍에서 사면 좀 싸요. 약간 철 지난 명품을 파는 외국의 ‘프리미엄 디스카운트 아웃렛’이나 면세점에서 30~40% 정도 싸게 살 수 있기 때문에 해외 여행이나 출장을 가는 친구들끼리 서로 물건을 사다 주기도 합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일반 브랜드는 드라이클리닝 후 옷감이 상하거나 유행을 금방 탄다”며 “한 번 사면 오래 입고 입을 때마다 새 옷 같은 명품이 오히려 더 실속 있다”고 명품옹호론을 펼쳤다. “아무리 능력이 있어도 외모가 거부감을 주면 함께 일하기 싫잖아요. 사회생활을 하는 한 외모도 경쟁력의 일부입니다.”

막 입는 패션은 사절

광고회사에서 기획담당으로 일하다 최근 사업을 시작한 최서구(30)씨는 손목시계만 10개를 갖고 있다. 정장에 맞춰 차는 가죽시계부터 운동용 시계까지 그날 그날의 패션에 따라 맞춰 끼기 위해서다. 신발도 구두 8켤레, 스니커즈 등 운동화 7켤레, 여름용 샌들 5켤레에다 청바지 20벌에 티셔츠와 니트도 각각 40벌과 20여벌에 이른다. 그가 1개월에 쇼핑에 쓰는 돈은 평균 50만~60만원. “소득에 비해 적은 돈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멋 부리는 것도 젊을 때 해야 더 맛이 나지 않겠어요.” 그는 “다들 카메라 들고 다니지, 홈페이지도 있지, 자기를 드러낼 기회 좀 많습니까. 외모를 가꾸는 남자들이 점점 더 많아질 수밖에 없어요”고 말했다.

고려대병원 레지던트 김시완(29)씨는 반곱슬인 머리카락을 직모로 펴기 위해 1개월에 1차례 정기적으로 미용실에 간다. 일명‘매직스트레이트’로 찰랑거리는 머리 결을 만든 후 지저분하게 난 눈썹도 면도날로 정갈하게 다듬는다. 지금은 병원에 나가느라 착용하지 못하지만 왼쪽 귀에 뚫은 2개의 구멍엔 언제나 귀고리가 걸려 있었다. “병원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앞머리가 입술까지 닿는 긴 머리에 노랗게 염색까지 했어요. 제 허리가 30인치인데 옷은 38인치짜리를 사서 힙합 스타일로 주로 입고요.”

김씨는 “외모지상주의니, 어쩌니 말이 많지만 요즘 세상엔 예쁜 게 돈 많은 집에 태어난 거나 머리 좋은 것과 똑같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꾸며서 예뻐지는 것도 공부 열심히 해서 훌륭한 사람 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노력과 성실성의 결과잖아요. 자기는 노력도 안 하면서 남들을 비난하는 거야말로 문제 있는 것 아닌가요.”

■ 남성 80% "외모관리 받고 싶다"

성인 남성 10명 중 8명은 외모관리를 받아 보고 싶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구체적으로는 옷차림 등 스타일 관리가 가장 큰 관심사였다.

온라인 취업사이트 사람인(www.saramin.co.kr)과 전문 헤드헌팅업체 스카우트코리아(www.scoutkorea.co.kr)가 23일 성인 남성 66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외모관리를 받아 본 경험이 있는 남성이 전체의 24.3%였다. 경험이 없는 사람 중 '외모관리를 받고 싶다'고 대답한 응답자는 80.2%였다.

가장 받고 싶은 관리로는 '옷차림 매너 표정 등 스타일 관리'가 32.3%로 가장 많았으며, '마사지 팩 각질제거 등 피부 관리' (26.4%) '다이어트 근육강화 등 체형 관리'(21.2%)가 뒤를 이었다. 그 이유로는 39%가 '자신감 회복'을 꼽았고, '자기만족' 38.8%, '건강을 위해' 10.4%, '취업을 위해' 5.8% 등이 다음이었다.

고려대 임인숙(사회학) 교수는 "외모를 근거로 한 차별과 그에 따른 보상이라는 사회적 분위기가 과거 권위주의적이고 정형화한 남성다움 속에 갇혀 있던 남성들을 바꾸고 있다"고 풀이했다.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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