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서울대 조사위원회의 중간 발표만으로도 황우석 교수의 2005년 사이언스 논문은 ‘과학 사상 최악의 사기극’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다른 논문 조작 사례와 비교해도 날조의 범위와 방법이 상상을 초월할 뿐 아니라, 세계적 이목을 끌었던 획기적인 연구 업적이었던 때문에 충격은 더욱 크다. 해외 인터넷 백과사전인 위키페디아에는 이미 황 교수가 더이상 줄기세포 연구의 선구자가 아니라, 유명한 사이언스 논문의 조작과 윤리 문제에 직면한 한국 생명과학자로 정의되고 있다.
노정혜 서울대 연구처장은 이날 논문 조작을 공식적으로 확인하며 “과학의 기반을 훼손하는 중대한 행위”로 규정했다. 11개 줄기세포에 대한 논문을 작성한 시점에서 황 교수팀이 확보한 줄기세포는 단 2개(2, 3번)였음이 명확해졌고 이마저 환자맞춤형 줄기세포인지를 확신할 수 없다. 황 교수 자신은 22일 검찰에 낸 수사요청서에서 이조차 미즈메디측의 수정란 줄기세포라고 밝혔다.
황 교수는 데이터 한두개를 슬쩍 고친 정도가 아니라 아예 없는 것을 있는 것으로 날조했다. 환자의 체세포를 둘로 나눠 9개 줄기세포의 DNA 지문분석을 만든 것도 계획된 조작이어서 학문적으로 용납하기 어렵다. 1개 데이터만 변조해도 학계에서 추방되다시피 하는 세계 과학계의 관행상 이같은 ‘대형 날조’는 오래도록 오명의 꼬리표를 남길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조작이 김선종 연구원 등 소수에 의해 저질러졌고 황 교수가 이를 몰랐을 가능성은 일축됐다. 노 처장은 황 교수가 조작에 개입한 사실은 황 교수 자신과 연구원들에 의해 확인됐다고 밝혔다. 실험과 논문이 진행되는 학계 시스템에 비추어, 연구책임자인 황 교수가 속았을 가능성이 없다는 이야기다. 결국 황 교수는 조작 사실을 김선종 연구원에게 덮어씌우려 했다는 혐의마저 받을 전망이다. 과학자로서, 교육자로서 회복할 수 없는 과오다.
앞으로 서울대 조사위는 줄기세포의 실체에 대한 최종 확인을 남겨두고 있다. 황 교수팀이 보관 중이던 줄기세포 샘플의 DNA 지문분석을 의뢰, 주말께 결과를 받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황 교수팀이 만들었다고 주장해 온 줄기세포가 미즈메디의 수정란 줄기세포인지, 제3의 (수정란) 줄기세포인지 명료해질 것이다.
DNA검사를 의뢰한 샘플 중에는 2004년 만들어진 1번 복제배아줄기세포와 스너피의 세포도 포함돼 있어 황 교수팀의 연구 전반에 제기된 의혹도 정리될 전망이다.
조사위에게 남겨진 큰 숙제는 이번 파문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명확히 밝히는 일이다. 이는 최종 발표 때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바꿔치기 책임을 놓고 연구팀 내 설전이 있을 경우 이 문제는 검찰 수사에서 밝혀질 가능성도 있다. 황 교수 외에 누구까지 책임을 물을 것인지도 남겨진 문제다.
김희원 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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